‘송곳’의 지현우가 끝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투쟁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고백. 그를 믿고 따르던 푸르미 마트 직원들을 생각하면 그의 고백은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참으로 인간적인 고백이었다.
지난 22일 방송된 JTBC 주말드라마 ‘송곳’(극본 이남규 김수진, 연출 김석윤) 10회분에서는 노조 내에서 노조원들 간에 갈등이 생기고 사측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인(지현우 분)이 시간이 갈수록 투쟁에 지치는 내용이 그려졌다.
정의롭게 정직하게 살아가고 있던 수인은 갑작스럽게 부당해고에 직면한 푸르미마트 직원들을 위해 노조를 만들고 투쟁에 나섰다. 냉정하게 보면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되고 그렇게 하면 해고당할 일도 없었지만 수인은 억울한 마트 직원들을 지키려고 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이해 못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인은 그렇게 했다. 수인은 마트에 납입하는 업체의 접대 자리에는 절대 나가지 않고 접대 받는다고 해도 자신이 먹은 음식의 값은 꼭 지불하는, 어떻게 보면 답답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비리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수인 같은 사람은 꼭 필요했다.
이날 방송에서도 수인은 노조를 위해 나섰다. 수인은 사측이 미지급된 월급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 대해 검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수인에게 푸르미를 상대로 한 고소를 취하하자고 했다. 하지만 수인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에 검사는 “뭐가 문제냐. 소 취하하면 임금체불된 거 준다고 하지 않냐. 검사라는 게 무지하게 바쁜 직업이다. 이거 해봐야 벌금 몇 백인데 이거 붙잡고 있게 생겼냐”고 했다.
하지만 수인은 검사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수인은 미지급된 월급을 받으려고 하는 것보다 잘못을 저지른 회사를 처벌하기 위해 검찰에 고소했던 것. 수인은 “자존심 하나 때문에 그 사람들 밀린 월급 못받고 있는 거다”라고 검사한 한 말을 잊지 못하고 고민에 빠졌다.
또한 고신조차 수인에게 고소 취하하면 미지급된 월급을 받을 수 있으니 취하하라고 했다. 수인은 고신과 계속해서 부딪히면서 방식의 차이를 느끼고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거기다 민철(김희원 분)은 수인을 불러 고소취하 하면 미지급 된 거 임금 다 주고 불이익 안 당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수인은 민철이 했던 말을 공문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민철의 입장에서는 정석으로 나오는 수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결국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그리고 수인에게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열정적으로 투쟁에 임하던 수인은 투쟁을 한 시라도 빨리 끝내고 싶어 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끝까지 싸울 거라고 생각했던 수인이 “끝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고신에게 “소장님처럼 될까봐 그런다. 불행하지 않냐. 편하게 자고 싶다. 음식 맛을 느끼고 싶다. 아기한테 바다도 보여주고 싶고 아내랑 장보고 같이 밥도 해먹고 싶다. 지금 못 끝내면 그걸 놓칠 것 같다”며 눈물을 보였다.
지금까지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을 것 같았던 수인.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어 하는 그의 모습이 사람다워 보였다. 힘든 싸움을 빨리 끝내려고 파업 카드를 꺼낸 그의 선택으로 노조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송곳’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