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이지만 개그도 하고, 연기도 한다. 심지어 둘 다 잘한다. 유재석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분야가 흐려지고 있다. 2천만 원에 낙찰돼 '내 딸 금사월'에 특별출연한 유재석이 연기자 못지않게 브라운관을 기운차게 뛰어다녔다. 심각한 복수극을 웃음으로 날려버릴 깨알 같은 개그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물한 것이다. 배우들과 호흡하려는 그의 노력은 그만한 값어치를 했다.
유재석은 지난 22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에 1인 2역으로 깜짝 등장했다. 신득예(전인화 분)의 수행비서에 이어 예술가 역할을 맡은 것이다.
앞서 21일 방송된 예능 '무한도전'은 연말을 맞아 멤버들의 하루를 경매하고,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자선경매쇼 '무도 드림'을 진행했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유재석을 데려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는데 천 만원이 훌쩍 넘어가도 그 열기는 식지 않았다. '내 딸 금사월' 측이 "1800만원"을 불렀고, '라디오스타'는 백만원 많은 "1900만원"을 걸었다. 이어 '내 딸 금사월' 측이 "2000만원"으로 올리면서 유재석이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가 2000만원에 낙찰받은 것이다.
남을 돕기 위한 좋은 의도를 갖고 시작한 만큼 유재석은 최고의 결과를 뽑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모습이었다. 드라마 제작진에 따르면 그는 촬영이 시작되자 긴장했지만 금세 적응을 완료해 감독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촬영에 몰입했다. 덕분에 촬영장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후문.
극중 유재석은 신득예(전인화 분)의 비서로서 그녀의 휠체어를 밀며 첫 등장했다. 득예는 남편 강만후(손창민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다른 사람인 척 했는데, 유재석이 수행비서로서 제대로 시중을 들었다.
또 내로라하는 예술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득예는 "저 작가, 우리나라에서 한 획을 그을 것"이라고 만후를 속였고, 재석은 그를 보자마자 "내가 아무나 들이지 말라고 했잖아"라고 일부러 예민한 척 화를 냈다. 만후가 안보는 사이에 화실 뒷편으로 들어가 컵라면을 먹었고, 가짜 콧수염을 뗐다붙였다해 웃음을 더했다. 다시 수행비서로 돌아온 유재석은 만후의 와인에 약을 타 넣으며 극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많은 사람들이 '1인자'의 위엄이 무너졌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직까지도 유재석은 시청자들을 웃게 하는 큰 힘을 지녔다. 다른 사람의 연기를 받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자신보다 남을 더 빛나게 해주면서도 자신을 더 부각시킨다. 여전히 유재석이 '1인자'인 이유다./ purplish@osen.co.kr
[사진]'내 딸 금사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