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이 막을 올랐다. 통합 5연패의 꿈이 좌절된 삼성은 이번에도 외부 전력 보강 대신 집안 단속에 초점을 맞춘다. 과거 FA 시장의 큰 손으로 불렸던 삼성은 2005년 심정수와 박진만 이후 외부 FA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반면 내부 FA 대상 가운데 필요한 선수는 반드시 잡았다. 삼성의 내부 FA 대상자는 이승엽과 박석민. 이승엽은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다시 얻게 됐고 박석민은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한다.
이승엽은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린다. 한국 야구사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선수로서 리그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이승엽은 불혹의 나이에도 변함없는 기량을 뽐냈다. 정규 시즌 타율 3할3푼2리(470타수 156안타) 26홈런 90타점 87득점의 고감도 타격을 선보였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두 차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3할 타율-30홈런-100타점 달성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정확성과 파괴력 넘치는 타격으로 국민타자의 위용을 과시했다.
삼성은 세대 교체를 꾀하고 있다. 성공적인 세대 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승엽과 같은 베테랑 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승엽은 이른바 교과서와 같은 존재다. 팀내 최고참인 그는 가장 먼저 야구장에 출근하는 등 철저한 자기 관리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명문 구단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이승엽과 같은 모범적인 선수가 팀의 기둥이 돼야 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3년간 제 기량을 뽐내는데 어려움은 없을 듯.

현역 시절 '타격의 달인'이라 불렸던 고 장효조 전 삼성 2군 감독은 생전에 "마흔을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역 생활을 하는 선수는 칭송받아야 한다. 어릴 적 자신이 응원했던 선수를 나이가 들어서도 볼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며 "뛰어난 실력 뿐만 아니라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는 뜻이다. 그 선수가 잘하든 못하든 그라운드에 서 있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을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은 이승엽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박석민은 삼성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팜시스템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대구고 출신 박석민은 2004년 삼성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2008년 채태인, 최형우와 더불어 삼성 타선의 세대 교체를 이끈 그는 차근차근 한 단계씩 성장하며 리그 최고의 3루수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의 4년 연속 통합 우승 달성을 이끈 일등공신 가운데 한 명이다.
더욱이 좌타 일색의 삼성 타자 가운데 우타 거포로서 희소성도 높다. 실력만 뛰어난 게 아니라 관중 동원 능력 등 흥행 요소도 풍부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4년간 84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최정(SK)과 비교해도 뒤질 게 없다. 잔부상이 많다는 지적도 있으나 언제나 자신의 역할은 해줬다. 무엇보다 박석민을 대체할 자원이 없다는 게 가장 크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삼성을 강타한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이 이들의 FA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현재 분위기다. 실력과 인성을 고루 갖춘 이승엽과 박석민에게 불똥이 튀어서는 안된다. 물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삼성이 이승엽과 박석민을 잔류시키는데 실패한다면 그 후폭풍은 감당하기 힘들 듯. 그룹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들은 성적과 흥행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선수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