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겹치지도, 지루하지도 않다고 믿고 있다.” 또 오디션 프로그램이냐며 지루하다는 반응에 대한 유희열의 답이었다. 그리고 ‘K팝스타5’는 첫 방송부터 유희열의 이 말이 정답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꿈을 꾸고, 이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이것이 얼마나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첫 방송이었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SBS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5’에는 7명의 참가자가 무대에 올라 자신의 능력을 평가 받았다. 심사위원인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이 각자 선호하는 음악 색깔은 분명 달랐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색깔로 가능성을 보여주는 참가자들을 찾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박진영이 내내 강조했던 ‘내 안의 목소리, 자기 만의 이야기’는 이번 시즌을 이어가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첫 방송에는 자신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참가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싱어송라이터 우예린은 꿈과 현실적 문제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고, 그 해답을 찾고자 ‘K팝스타5’에 참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회의 문턱 앞에서 고민하는 20대 청춘들의 마음을 담아낸 ‘소녀’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평은 엇갈렸다. 박진영과 양현석은 수준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K팝 보다는 뮤지컬로 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유희열은 ‘소녀’라는 제목에서 떠올리는 상투적인 감정이 아니라 묵직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며 극찬했다. 탈락이 정해진 가운데 유희열이 전해준 와일드카드는 우예린에게 다시 한 번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됐고, 현장에 있던 많은 이들은 진심으로 그를 응원했다.
박상민의 첫째 딸 박가경도 꿈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늘 동생에게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던 박가경은 가수가 되어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아빠인 박상민을 설득했었다. 물론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부족한 면이 많기는 했지만, 세 심사위원은 박가경의 섬세한 표현력과 가창력을 바탕으로 가능성을 높게 샀다.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부른 서경덕, 린의 ‘사랑했잖아’를 선곡한 김사라, 자작곡 ‘위성’을 공개한 정진우 역시 꿈을 꾸고, 이를 이루기 위해 늘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제대로 보여준 참가자였다. 중저음 보이스를 타고난 서경덕은 음악을 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일단 부딪혀 봐야 한다는 생각에 혼자 순천에서 상경을 해 알바를 하며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목소리 안에 자신을 담아낸 서경덕은 모든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에 양현석은 “Top3까지 예상이 된다. 시즌4에 정승환이 있으면 시즌5에는 서경덕이 있다”고 극찬했다.
김사라의 눈물은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울컥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비록 노래와 관련해서는 박진영과 양현석에게 혹평을 들어야 했지만, 김사라는 “잘하고 싶은데 제가 뭘 담을 수 있는지,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이 뭔지를 몰랐다”고 말하면서도 “초라하진 않다. 왜냐면 저도 찾을 거니까”라고 스스로 더욱 정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유희열의 마음을 제대로 움직였다. 처음 유희열이 말했던 ‘가능성 있는 오답’이 바로 김사라인 셈이다. 뼈저린 실패의 아픔, 고민의 흔적이 역력한 눈물은 앞으로 김사라를 더욱 발전케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이 역시 한 번의 실패를 겪었던 인물이다. 시즌3 참가 당시에도 심사위원들의 극찬과 기대를 받았던 정진우는 성대결절로 인해 중도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고, ‘너는 여기까지야’라며 자신 앞에 그러진 선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숙제까지 안게 됐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가 내린 결론은 노래 안에 자신을 담는 것 뿐이었고, 그 때부터 혼자 작곡 공부를 했다고 한다. 정진우는 2014년 9월 5일 처음으로 자신의 노래를 완성했고 이후 차곡차곡 자작곡을 만들어갔다.
그는 ‘위성’이라는 곡을 통해 혁오밴드와 자이언티를 이을 신인 뮤지션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얻었고, 세 심사위원들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았다. 물론 오디션은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정진우가 앞으로 어떤 무대를 보여줄 지, 또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흘린 땀방울은 절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미 이 시대가 원하는 아티스트형 참가자이자 매력 있는 오답이 되어 있었다.
박진영은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시즌이 가장 좋다고 공언을 한 바 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첫 방송부터 기대 이상의 참가자들이 등장해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안겼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심사위원들의 광대 승천을 유발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실력파 참가자들이 줄 지어 대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여줄 또 다른 꿈은 또 얼마나 큰 울림을 선사할지, 지루할 틈 하나 없는 꿈의 무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parkjy@osen.co.kr
[사진] ‘K팝스타5’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