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안방 콘서트.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따뜻한 아랫목에서 거미의 노래를 즐긴 10주였다. 프로그램 포맷상 그의 목소리를 듣고도 거미라고 대놓고 반길 순 없었다. 그래도 MBC '복면가왕'을 접수한 거미는 '역대급' 무대를 쏟아냈다.
거미는 지난 9월 20일 방송된 '복면가왕'에 '소녀의 순정 코스모스'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1라운드 김현철의 '그대니까요'를 시작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의 '어떤 이의 꿈',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무대로 단숨에 듣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13대 가왕에 등극해 장기집권 체제에 들어갔다.
이승철의 '소녀시대',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 박정현의 '몽중인' 등 다양한 즐길 거리로 청중평가단과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가왕 타이틀 방어전은 모두 그의 승리. 14대, 15대, 16대 가왕을 차지하며 쟁쟁한 가수들을 물리쳤다.
앞선 7번의 대결 모두 99표 중 60표 이상을 받아 저력을 뽐냈다. 첫 출연 때에 불렀던 '양화대교'는 방송 직후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영상이 퍼지며 전 국민이 그가 거미임을 알게 됐다.
4~7대 가왕에 올랐던 김연우 때처럼 모두가 한마음으로 거미를 모른 척 해 줬다. 대체불가 음색과 파워 보컬이 '누가 봐도 거미'였지만 그저 조용히 그의 음악을 감상했다.
아쉽게 그의 우승 행진은 22일 멈췄다. 이날 진행된 17대 가왕 결정전에서 거미는 조덕배의 '꿈에'를 불렀지만 아쉽게 '여전사 캣츠걸'에게 졌다. 10주간 쓰고 있던 가면을 벗는 순간이었다.
거미는 "'코스모스'로 10주 동안 함께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복면을 쓰고 무대에 오르는 색다른 경험으로 또 다른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는 "매 무대를 함께 즐겨 주신 현장 관객분들과 방송을 봐 주신 시청자분들께 너무나 감사드린다.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 더 좋은 무대로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며 활짝 웃었다.
그가 고맙다고 말했지만 팬들이 더욱 감사한 마음이다. 거미와 안방에서 함께한 10주, 영광의 시간이었다. /comet568@osen.co.kr
[사진] '복면가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