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의 과감한 도전이 박수받고 있다. 박소담은 삭발을 감행했고, 배수지는 남장에 도전했다. 어찌 스크린에 어여쁘게 나오지 않고 싶었겠냐만 이들은 연기를 위해 예쁜 얼굴을 지우고 카메라 앞에 섰다.
박소담은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에서 삭발 열연을 펼쳤다. ‘검은 사제들’은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여기서 박소담은 교통사고 이후 악령이 쓰인 소녀 영신 역을 맡았다.
의식을 잃은 채 병실에 누워있는 영신을 표현하기 위해 박소담은 머리를 모두 밀었다. 여배우에게 삭발이란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것. 심지어 그는 악령에 쓰인 영신의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서 얼굴에 괴기스러운 분장은 물론, 치아도 흉측한 구조물을 착용해야 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관객은 영신 캐릭터에 압도당하며 극한의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박소담은 “영신은 괴기스럽게 나오는 것이 맞는 거고 여배우가 예뻐야 하지만 이 역할은 예쁜 모습이 나와서는 안 될 역할이었다. 역할에 맞는 얼굴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최근 공개된 스틸컷에서도 박소담은 삭발을 감행한 첫날 자신의 머리를 만지며 쑥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어 그의 연기에 대한 풋풋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수지 역시 영화 ‘도리화가’(감독 이종필)를 통해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도리화가’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배수지 분)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 여기서 배수지는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으로 역사에 기록된 진채선으로 분하며 남장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스크린 데뷔작 ‘건축학개론’에서 과거 서연을 연기하며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바.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뭇 남성들의 첫사랑 향수를 자극해왔지만 이번에는 사투리와 남장을 장착하는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청순 가련한 여자 주인공을 통해 안전한 선택을 할 법도 했지만, 배수지는 국민 첫사랑 틀에서 벗어난 도전을 선택했다.
때문에 순박하고 당찬 소녀의 모습을 시작으로 포기를 모르는 강한 내면의 소리꾼 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 슬픔을 간직한 여인으로 변화해 가는 진채선의 성장 과정은 어쩐지 실제 배우 배수지와 닮아보인다.
스스로 연기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박소담과 배수지. 두 여배우의 삭발과 남장으로 분출된 연기에 대한 열정은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메이크업을 한 모습보다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앞으로 스크린에서 또 어떤 도전을 펼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 besodam@osen.co.kr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