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도 확실히 각자의 색깔이 있다. SBS 'K팝스타'는 지난 22일 시즌5 첫 방송에서부터 성격을 분명히했다. 물론 '달라질 가능성'이란 여지는 열어둔 채.
이날 'K팝스타5'에서 참가자 김사라는 무대에 등장한 순간부터 눈물을 흘려 심사위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겨우 눈물을 추스른 그는 린의 '사랑했잖아'를 불렀는데, 노래는 잘 하는 편이었지만 감동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를 들은 JYP 박진영은 "다른 곳에서는 노래를 잘 하면 합격할 수 있다. 하지만 'K팝스타'에서는 아니다. 노래를 못해도 기성 가수 같지 않고 자기만의 성격대로 부르는 게 합격이다"라며 "기교 잘 부리는 그런 가수는 이미 널렸다. 뭘 굳이 한 명 더 필요해"라며 독설을 보냈다. 이미 박정현 같은 배우가 있는데 김사라 같은 가수가 가요계에 왜 또 필요하냐는 의문이었다.
엠넷 '슈퍼스타K'의 윤종신이 희귀템, 그 유니크함을 중요시하는 심사위원이라면 'K팝스타'의 박진영이 그렇다.
YG 양현석 대표는 이에 동의하면서도 언제나 일말의 가능성을 생각한다. 앞서 시즌4 당시 심사위원들이 회의적이었던 케이티김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결국 그가 우승자가 되는 데 발판을 마련한 이가 양현석 대표였다. 양현석 대표는 "앞에 노래했던 서경덕 군은 오래 전 곡을 요즘 감성으로 불렀다. 근데 '사랑했잖아'는 반대다. 새로운 감성으로 불러서 영해졌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했다"라고 지적하면서도 "그런데 저음 부분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좋다. 1차 라운드는 통과할 충분한 실력인 것 같다"라며 합격을 통보했다.
안테나 유희열은 "아까 왜 울었던 거냐"고 물었고, 김사라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 몰랐는데, 저 친구는 그걸 가지고 있었다. 부럽다기 보다 축하해주고 싶었다"라며 "초라하진 않다. 저도 찾을 거니까"라고 답했다. 이에 마음이 움직인 유희열은 "저희가 도와주겠다"라며 합격을 말했다.
이쯤에서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2'의 우승자 트루디가 만약 'K팝스타'에 나갔다면 어떤 평을 받았을까 궁금해진다.
트루디는 이 프로그램의 시작에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래퍼. '쇼미더머니4' 결승전에 '언프리티 랩스타2' 멤버들이 첫 소개를 하는 자리에서부터 그는 '제 2의 윤미래'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 만큼 똑 닮았다. 목소리, 플로우 등 랩스타일 뿐 아니라 콘로우 헤어스타일까지,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윤미래를 떠올리게끔 했다. 더욱이 이런 그는 활동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일반인 참가자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실력으로는 당할 자가 없던 트루디가 쟁쟁한 아이돌, 실력파 래퍼들을 물리치고 마지막 트랙을 따 냈다.
물론 'K팝스타'와 '언프리티 랩스타'는 그 서바이벌 성격과 구성, 대상자가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어떤 식으로든 인재를 발견하고 조명한다는 점에서 공통되는데, '언프리티 랩스타' 같은 경우에는 정말 장르적으로 정말 '잘' 하는 게 중요하고, 'K팝스타' 같은 경우는 만질수록 달라질 수 있는 날 것의 능력을 더 본다.
그렇기에 트루디가 'K팝스타'에 나갔다면 윤미래와의 유사함이 더욱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이런 모습은, 특히 음악같은 예술적인 장르에서는 더욱 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 nyc@osen.co.kr
[사진] 'K팝스타5' 캡처, 엠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