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이 결코 아깝지 않다. '무한도전'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1인자' 유재석과 '막내' 광희가 집 밖에서도 큰 활약을 보이고 있어서다. 역시 예능계를 주름잡는 '스테디셀러'답다.
앞서 지난 21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 연말을 맞아 멤버들의 하루를 경매하고 수익금을 좋은 곳에 사용하는 자선 경매쇼 '무도 드림' 특집을 진행했다. 이날 유재석은 '내 딸 금사월' 팀에, 광희는 '고향이 좋다' 팀에 각각 2000만 원, 230만 원에 낙찰돼 특별출연이 성사됐다.
먼저 유재석이 다른 집 대문을 두르렸다. 지난 22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 1인 2역으로 깜짝 등장했다. 카메오로 출연한 건데, 유재석이 예기치 않은 순간에 깜짝 등장해 짧은 시간 동안에만 연기를 했음에도 내용상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극의 맛을 살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며 신 스틸러로 등극한 것이다.
극중 신득예(전인화 분)의 수행비서와 사기꾼 예술가 역할을 맡은 유재석은 비서로서 득예의 휠체어를 밀며 첫 등장했다. 득예는 남편 강만후(손창민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다른 사람인 척 했는데, 유재석이 수행비서로서 그녀의 옆에서 고분고분 시중을 들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우스꽝스런 분장을 하고 내로라하는 예술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득예는 그를 가리켜 '우리나라에서 한 획을 그을 작가'라고 표현했다. 그는 그림 뒷편으로 기어들어가 컵라면을 먹었고, 가짜 콧수염을 뗐다붙였다해 웃음을 더했다. 다시 수행비서로 돌아온 유재석은 만후의 와인에 약을 타 넣으며 극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이튿날인 23일 오전에는 광희가 배턴을 이어받았다. MBC 교양 '그린실버-고향이 좋다'의 일일 리포터로 변신, 방어 잡이를 위해 강원도 고성으로 떠났다. 최근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방어가 강원도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 광희는 이른 새벽부터 에너지가 넘쳤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라고 노래하며 등장한 그는 출항하는 배에 올라타 방어 잡이에 나섰다. 엄청난 크기의 고기를 들고 어조에 옮기는 일을 도왔고, 갑자기 볼 일이 급해 배 뒷편으로 달려가 은밀하게 일을 처리하는 거사(?)를 치뤄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회부터 찌개까지 다양한 방어요리를 맛 본 광희는 "입에서 녹는다. 씹을 필요가 없다"라고 리포터 특유의 과장된 표현으로 분위기를 살렸다. 밝고 긍정적인 광희에게 리포터라는 옷이 몸에 딱 맞는 옷처럼 잘 어울렸다. 시끄러울 정도로 높은 '솔' 톤의 목소리가 리포터의 역할에 딱 맞아떨어진 셈이다. "해산물이나 생선을 먹을 때 가까운 수산 시장에서 먹었는데 잡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젊은이들에게 우리 생선이 이렇게 맛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는 소감을 덧붙였다.
매번 하던 일이 아닌 다른 장르에 도전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안하고 두려움이 앞선다. 무조건 잘 해내야 비난을 받지 않고, 그 도전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것임을 알고 있기에 많은 이들은 안정적인 성과에 매몰돼 도전으로 이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무도'의 남자들은 용기있게 해냈다. 유재석은 배우 손창민과 시너지 효과를 냈고, 광희는 특유의 넉살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무도'는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기에 타 예능프로그램에 비해 책임감이 막중하다. 작은 티끌 하나도 바위처럼 크게 보일만큼 굴러가는 힘이 대단해서 늘 조심스럽다. 이를 알기에 제작진 및 멤버들은 한마디로 몸값을 한다는 평판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에 실시한 '무도 드림' 특집도 어려운 이웃들을 돕겠다는 뜻을 살려 그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만들었다.
어떤 이들은 10년 차 '무도'의 위엄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직까지도 '무도'는 시청자들을 웃게 하는 큰 힘을 지녔다. 여전히 '1인자'인 이유다./ purplish@osen.co.kr
[사진]'내 딸 금사월' 및 '고향이 좋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