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도 통하지 않았다. 무릎을 꿇고 사죄했지만 오히려 여론은 더욱 냉담해졌다. 급기야 그는 소송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진심이 통하지 않자 닥치는대로 길을 뚫어 보려는 모양새다. 유승준 혹은 스티브 유가 또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유승준은 최근 주LA총영사관총영사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한국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은 재외동포이므로 절차에 따라 한국 정부에게서 F-4 비자를 발급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
유승준의 법률대리인은 18일 "유승준과 가족들이 너무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다. 유승준에 대한 비난 중 허위사실에 근거한 부분은 반드시 본인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이라도 회복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한 정당한 비판을 받고 싶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유승준과 가족들은 최소한의 해명의 기회조차 봉쇄당하고 일방적인 매도 속에서 13년 넘게 살아왔지만 이제는 한국 땅에서 직접 용서를 구하고 사실관계에 기초한 정당한 비판을 달게 받고자 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외국 시민권 취득을 병역 기피로 단정하고 나아가 영구히 입국금지를 시킨 사례는 유승준의 경우가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관계 행정기관이 주장하는 공익은 지난 13년 반 이상의 입국금지를 통해 이미 충분히 달성됐고, 철없는 20대 청년이었던 유승준은 이제 4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두 아이의 아버지다. 대중의 평가를 통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받을 수 있음에도, 13년을 넘어 평생 동안 입국을 금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인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준은 2002년 병역 기피 의혹으로 입국 금지 처분을 받았다. '범법자'라는 딱지가 아닌 '병역 기피 의혹'을 받은 셈이지만 괘씸죄가 추가됐다. 1990년대 후반 가요계를 주름잡고 무엇보다 '건강한 청년' 이미지가 강했던 터라 그랬다.
남녀노소 고른 사랑을 받았던 만큼 배신감이 컸다. 법원이 아닌 조국과 대중들에게 받은 처벌, 13년간 입국 금지. 가혹하다는 목소리도 들렸지만 여전히 여론은 싸늘하고 이 처벌 역시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던 유승준은 지난 5월 아프리카 방송에서 심경을 고백했다. "세금 폭탄을 피하려고 국적을 회복하려는 건 아니다" "지난해 입대할 방법을 알아 봤다" "한국에서 연예 활동을 할 생각은 없다"며 그저 가족들과 함께 한국 땅을 밟고 다시 한번 사과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13년 만에 대국민 사과 방송을 진행하며 유승준은 눈물을 쏟았다. "제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려고 지난 제 잘못을 국민 여러분께 사죄하고 한국 땅을 밟으려고 했다. 그런데 지난 인터뷰 후에 제가 거짓말쟁이로 표현되는 게 정말 가슴이 아프다. 참 많이 속상하다"며 소리 내 울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계속 뉘우치고 반성하겠다. 지난 13년 동안엔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여러분 앞에 서서 사죄의 말씀을 드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제가 내렸던 잘못에 대한 속죄의 길을 찾겠다. 저라는 사람의 변명을 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차가웠고 결국 그는 행정소송으로 조국에 돌아올 기회를 얻고자 하고 있다. 이번에는 그의 진심이 통할 수 있을까? 입국한다한들 돌아서 팬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유승준의 괘씸죄에는 공소시효가 없는 듯하다. /comet568@osen.co.kr
[사진] 아프리카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