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헤어졌던 변요한과 신세경이 서로를 부둥켜 안은 채 벅찬 감격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들이 한가족으로 다시 모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재회에 행운의 여신이 따른 것은 김명민이 자객에게 위협을 받아 그를 구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간 데서였다.
서로를 알아보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왠지 모를 '피 끌림'을 느꼈기 때문. 끌어안고 눈물을 쏟은 변요한과 신세경의 모습이 가슴 먹먹한 감동을 안겼다. 오라비 변요한을 품에 꼭 안아주며 두 눈을 질끈 감은 신세경의 슬픈 얼굴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23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이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서 서로의 생사도 모른 채 살아가던 남매 땅새(변요한 분)와 분이(신세경 분)의 극적인 상봉이 이뤄졌다.
떨어져살던 6년이란 시간만큼 두 사람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착하고 순박했던 땅새는 냉철한 검객이 됐고, 자주 울고 여린 분이는 당찬 여인으로 자랐다.
앞서 두 사람은 어릴 때 헤어져 서로의 생사도 모른 채 지냈다. 그저 죽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듯했다. 하늘 아래 가족이라곤 두 사람 밖에 없었기에 서로 지탱해주는 힘이 누구보다도 컸을 게다. 그런 존재를 잃었으니 얼마나 상실감이 컸을까.
어린 땅새와 분이는 엄마를 찾기 위해 개경에 갔다가 권문세족의 습격을 받았고, 땅새의 첫사랑 연희가 그들에게 봉변을 당하면서 삶을 바라보는 그의 자세는 일찍부터 성숙할 수밖에 없었다. 힘든 마음에 목숨을 버리려고 했으니 말이다. 그 순간 도인 장삼봉(서현철 분)을 만나 제자가 됐고, 이때부터 땅새와 분이는 헤어져 살아가게 됐다.
땅새는 이후 홍인방(전노민 분)의 가노들에게 마을 사람들이 몰살을 당했음을 알게 됐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분이 역시 오빠가 엄마처럼 자신의 곁을 떠났다고 생각해 이방원(유아인 분)을 의지하며 위로를 받아왔다.
이날 권력에 취한 홍인방(전노민 분)이 정도전(김명민 분)의 목숨을 위협했다. 고려의 주인이란 착각에 빠져 사는 그는 사사건건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정도전을 없애기 위해 자객을 보낸 것. 정도전을 살리기 위해 땅새(변요한 분)가 나타나 자객들을 물리쳤고, 혹여나 정도전이 다칠세라 연희(정유미 분), 분이(신세경 분), 이방원(유아인 분), 무휼(윤균상 분)이 한자리에서 뭉쳤다. 덕분에 오랜시간 떨어져 살던 분이와 땅새가 재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분이는 땅새를 보고 "오라버니? 땅새 오라버니가 맞느냐"고 눈물을 흘리며 다가갔다. 이에 땅새는 "분이야"라며 동생에 대한 그리움을 눈물로 표현했다.
변요한과 신세경의 연기가 극적 재회를 극명하게 드러냈는데, 특히 분이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연기한 신세경이 인상적이었다. 소녀 티를 벗고 성인으로 변신한 그녀의 열연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이다. 표정과 몸짓, 대사로 펼쳐지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눈물 연기만큼은 자신있어 보였다. 연기 누명을 써온 신세경에게 분이 역할은 그간의 오해를 말끔히 보상해줄만큼 매력적이다.
실제 신세경은 제작진의 기대를 뛰어넘을 만큼 가슴 찡하고 청순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적역'을 맡은 셈이다. 그녀의 내밀하고 섬세한 연기가 외모와 어울려 더욱 감상적으로 다가왔다. 표정, 몸짓, 대사가 그녀의 캐릭터를 더욱 눈물로 얼룩지게 할 것 같은 기대를 갖게 만든다.
어두운 고려를 구하려는 땅새 역의 변요한도 절제된 슬픔으로 가슴을 저밀게 만들었다. 차분하게 가슴을 울려 눈물, 액션까지 모두 소화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였다. 이방지가 된 땅새, 그의 하나뿐인 동생 분이. '육룡이 나르샤'를 이끌어나갈 두 사람의 맹활약이 더 기대된다./ purplish@osen.co.kr
[사진]'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