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에는 묵직함과 깨알 같은 재미가 공존한다.
SBS 창사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신경수)는 조선 건국을 위해 몸을 일으킨 여섯 인물의 야망과 화끈한 성공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역사적 배경과 사실을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팩션 사극인 만큼, 시청자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선사한다.
하지만 ‘육룡이 나르샤’가 묵직하고 무겁기만 한 드라마는 결코 아니다.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유기적으로 엮이며 발생하는 다양한 에피소드 속에는 깨알 같은 재미도 담겨 있다. 지난 23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15회는 묵직함과 코믹함을 능숙하게 오가며 시청자를 쥐락펴락했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돋보인 스토리는 육룡의 합체이다. 정도전(김명민 분)을 구하기 위해 드디어 한 자리에 모인 여섯 인물이 ‘조선 건국’이라는 대업을 함께 이루기 위해 마음을 모았다. 하지만 이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무리가 있었다. 바로 도당의 권력을 쥐고 있는, 홍인방(전노민 분)과 길태미(박혁권 분)이다.
홍인방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고 이성계(천호진 분)과 손을 잡은 해동갑족을 핍박하기 시작했다. 700년 동안 그 어떤 권력자도 건들지 못했던 해동갑족이지만, 홍인방은 해동갑족 조반의 땅을 무력으로 빼앗았다. 이에 조반은 도당에 홍인방의 탄핵안을 올렸다. 하지만 홍인방의 진짜 목적은 땅이 아니었다. 홍인방은 조반에게 역모죄를 뒤집어 씌운 뒤, 해동갑족 전체를 몰아내려 했다. 나아가 해동갑족과 연합한 이성계 가문까지 위기로 몰아넣었다.
정도전을 비롯한 다수가 홍인방의 만행을 두고 ‘권력에 취한 오만’이라 평가했지만, 이방원(유아인 분)만은 다르게 생각했다. 이방원은 홍인방의 진짜 노림수를 읽어내며 반격을 준비하며 15회 방송은 끝을 맺었다. 변절자 홍인방이 꾸민 역모 누명은 한없이 묵직했다.
6년만에 눈물로 재회한 땅새(이방지/변요한 분)-분이(신세경 분) 남매의 이야기 역시 시청자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고려는 순수한 백성 땅새-분이 남매를 억지로 갈라놓았다. 이들이 재회해서 흘린 눈물은 시청자의 눈물샘도 함께 자극했다. 여기에 분이에게 연정을 품고 있음에도 가문의 이(利)를 위해 민다(공승연 분)과 결혼하는 이방원의 모습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육룡이 나르샤’ 15회는 깨알 같은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무휼(윤균상 분)과 길태미의 깜짝 대결이다. 우연한 기회에 무휼은 땅새의 까치독사 옷을 입어 보았다. 과거 까치독사와 검을 겨뤘던 길태미는 단번에 그 옷을 알아보고 무휼에게 칼을 겨눴다. 길태미는 바로 무휼이 까치독사가 아님을 알아챘고, 검을 내렸다.
여기서 반전 웃음이 공개됐다. 길태미가 홍대홍(이준혁 분)이 자신의 과거 스승이었음을 밝힌 것. 길태미는 검을 겨눌 때와 달리 잔망스러운 몸짓과 말투로 “창피하잖아. 동방쌍룡이 뭐니?”라며, 자신이 홍대홍의 제자임을 밝히지 않았던 이유를 알려줬다. 이어 무휼에게 “재능 있더라. 열심히 해”라고 격려의 말까지 잊지 않아 웃음을 자아냈다. 또 무휼이 분이를 위로하는 장면, 무휼이 땅새에게 허세를 부리려다가 심부름만 하게 되는 모습 등도 시청자의 흐뭇한 미소를 유발했다.
‘육룡이 나르샤’가 보여준 이 같은 묵직함과 코믹함의 균형은 탄탄한 스토리, 깨알 같은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시작됐다. 여기에 배우들의 폭 넓은 연기력은 캐릭터에 숨을 불어 넣으며 시청자가 느끼는 몰입과 재미를 배가시켰다.
60분 동안 묵직한 메시지와 짜릿한 심리전은 물론 유쾌한 웃음까지 선사한 ‘육룡이 나르샤’가 또 어떤 매력으로 시청자를 만족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육룡이 나르샤’ 16회는 24일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