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의 존재감은 분량과는 상관이 없다. 회에 따라 늘 주인공을 달리 하는 ‘육룡이 나르샤’에서 유아인은 간혹 누군가를 지켜보거나 옆에서 위로를 건네는 주변 인물이 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에도 그의 활약은 눈이 부실 정도다. 그만큼 그가 가진 연기 내공이 상당하다는 뜻일 테다.
지난 23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15회에서 이방원(유아인 분)은 재회를 한 땅새(변요한 분)와 분이(신세경 분)을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분이를 사랑하고 있는 방원에겐 이 보다 행복한 일이 없는 눈치였다.
하지만 곧 분이가 홀로 앉아 눈물을 떨구자 방원도 심각해졌다. “누가 그랬어?”라고 묻는 그의 목소리에 묻어나던 다급함은 그가 얼마나 분이를 아끼고 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게 했다. 또 이 나라 때문이라 말하는 분이를 안고 “내가 다 끝장낼게”라고 약속하는 그의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어하는 남자의 강직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런 가운데 방원은 민다경(공승연 분)과 애정 없는 혼인을 했다. 이 때도 유아인은 분이와 민다경 사이, 애처로운 이방원의 마음을 과하지 않게 표현해내 더 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혼례를 올리는 자신을 바라보는 분이를 향한 슬픈 눈빛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비범한 자태를 잊지 않았다. 홍인방(전노민 분)의 행보에 이상한 점을 눈치챈 방원은 “홍인방은 어린 시절 저를 괴롭혔는데, 그 때 마다 듣기 싫었던 말이 있다. ‘너는 나와 닮은 놈이다’다. 어느 정도는 맞다”며 홍인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홍인방이 권력욕이나 자만해서 아닌 또 다른 계략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는 완벽히 맞아 떨어졌다. 홍인방은 역모 사건을 조작해 이성계(천호진 분)을 배후로 몰겠다는 계략을 세웠던 것. 유아인은 이러한 사실을 밝히면서 또 한 번 카리스마를 분출,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유아인에게 분량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단 한 장면일지라도 늘 기막힌 존재감을 뽐내곤 했던 유아인은 이번 방송에서도 깊은 연기 내공을 발휘하며 시청자들에게 ‘믿고 보는 배우’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특히 상대 역에 따라 표정과 눈빛, 말투까지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줄 아는 유아인의 영민함이 날이 갈수록 더욱 빛이 난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정도전의 제자가 되어 신조선 건국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방원의 활약을 기대케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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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