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첫 만남에 기싸움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나도 검이라면 야망 있는 놈이라고!” 이 같은 무휼(윤균상 분)의 외침에 땅새(이방지/변요한 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큰 키에 덩치도 산만한데 하는 짓은 꼭 동네 꼬마 아이 같은 무휼에 시청자들의 광대가 승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윤균상은 현재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의 여섯 번째 용 무휼 역을 맡고 있다. 무휼은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한석규/송중기 분)의 호위무사였는데, 당시 조진웅이 연기를 해 큰 인기를 모았다. 윤균상이 연기하고 있는 청년 시절의 무휼 역시 극에 소소한 재미를 안기며 시청자들에게 무한 사랑을 받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는 썩어빠진 고려 말, 신조선을 건국하려 하는 이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긴장감 넘치게 이어지고 있는데 무휼만은 꼭 딴 세계에 있는 사람처럼 해맑아 시청자들에게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는 것.
식구들을 위해 무사가 되기로 다짐한 무휼은 여자에게는 굉장히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분이(신세경 분)의 “무사님”은 늘 무휼에게 큰 힘을 주곤 했다. 물론 검만 잡았다 하면 허당기를 싹 지우고 그 누구보다 무서운 검술 실력을 보여주고, 천하장사 같은 괴력을 뽐내기는 하지만 평소 하는 짓만 보면 철 안 든 어린 아이나 다름이 없다. 이방원(유아인 분)을 두 번이나 구해줬다며 동네방네 자랑을 하기도 하고, 어떻게든 전적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에 겁도 없이 까치독사인 땅새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지난 23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15회 역시 무휼의 순진무구한 매력이 도드라졌다. 이날 무휼은 이성계로부터 이방지라는 이름을 하사 받은 땅새를 부러워했고, 이제는 상대를 베어도 칼에 피가 묻지 않는 경지에까지 이른 땅새의 무술 실력에 “잘하긴 잘한다”며 감탄을 했다. 그러면서도 땅새 앞에서 기 죽은 모습을 보이기 싫어 “분이 낭자는 내가 고려의 희망이라 했다”며 허세를 잔뜩 떨어댔다. 하지만 천성이 착한 무휼은 곧 땅새가 부탁을 하자 방긋 웃으며 그러겠다고 했고, 뒤늦게 “나도 검이라면 야망이 있는 놈”이라며 분해했다.
길태미(박혁권 분)와의 깜짝 대결은 더 큰 재미를 선사했다. 땅새의 까치독사 옷을 입게 된 무휼은 길을 가던 중 길태미와 칼을 겨누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길태미는 바로 무휼이 까치독사가 아님을 알아채고는 홍대홍(이준혁 분)에게서 배운 것이냐고 물었다. 그리고 길태미는 검을 겨눌 때와 달리 잔망스러운 몸짓과 말투로 “창피하잖아. 동방쌍룡이 뭐니?”라며 홍대홍의 제자였지만 이를 밝히지 않았던 이유를 공개했다. 이에 놀란 무휼은 홍대홍에게 남은 4수를 다 배워 길태미를 이길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이제는 땅새가 아닌 길태미가 무휼의 새로운 적수로 떠오르게 된 셈으로, 이 같은 야망은 무휼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분명 무휼은 “무사 무휼!”이라고 외치고는 있지만, 아직 그 능력을 많은 이들에게 인정 받지 못해 잔 심부름을 더 많이 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머지 용들이 초반 짜릿한 엔딩을 채웠던 것과 달리 무휼만 엔딩을 가지지 못했다. 당시 ‘육룡이 나르샤’ 제작진은 “무휼은 여섯 번째 용이지만, 현재 스토리에선 조선 제일검으로서 자신의 능력과 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훗날 ‘최고 무사’가 되는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며 “무휼이 최고의 무사로서, 조선제일검으로서 자신을 인지하고 확신을 갖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무휼의 짜릿한 엔딩은 그때 등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시청자들은 무휼이 최고의 무사가 되어 자신만의 엔딩을 가질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