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교양 있는 말투에 속을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하지만 역정내고 대놓고 분노하는 것보다 긴장된다. 배우 백윤식이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에서 조용한 카리스마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내부자들’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 여기서 백윤식은 여론을 움직이는 논설주간 이강희 역을 맡아 정치깡패 안상구 역의 이병헌, 검사 우장훈 역의 조승우와 중심을 잡았다.
이강희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정의보다는 자신의 권력을 위해 정치와 경제 인사와 결탁한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통해 장필우(이경영 분)를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강희에게는 대통령을 만드는 일도 촘촘한 시나리오로 완성되는 하나의 영화에 불과했다.
이강희는 이 같은 자신의 계획에 위기가 닥쳐도 흔들림 없는 멘탈로 여론을 조종했다. 백윤식은 안상구가 조폭이었던 점을 이용해 여론을 움직이는 장면에서 ‘~로 볼 수 있다’와 ‘~로 매우 보여진다’의 차이점을 조곤조곤 설명, 무섭도록 냉철하지만 속내를 감추고 있는 캐릭터를 설명했다.
인생연기를 펼친 이병헌이 더욱 빛날 수 있게 해준 건 단연 백윤식의 영향이 컸다. 두 사람이 맞붙는 장면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는데, 늘 백윤식은 느린 말투와 웃음기 어린 얼굴로 이강희의 여유로움을 표현했다.
특히 연기 내공은 사소한 리액션에서 빛났다. 안상구가 이강희를 찾아와 복수를 시도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 중 하나. 안상구가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왔음에도 이강희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여유롭게 그와 대면했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고 웃는 장면은 백윤식 입장에서는 편하게 리액션을 한 것이었으나 만만의 준비를 하고 나온 이병헌에게는 예상치 못한 것으로 연기하는데 어려움을 느꼈을 정도였다고. 목숨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여전히 조곤조곤하게 안상구의 어리석음을 훈계하는 듯한 말투는 이어질 장면을 상상하게 하며 오히려 더 긴장감을 감돌게 했다.
이처럼 백윤식의 카리스마가 영화의 중심을 잡으면서 ‘내부자들’은 청소년관람불가라는 핸디캡을 이겨내고 지난 19일 개봉 이래 연일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내부자들'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