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 대해 많은 말들이 있었다. 그 때 나 자신과 약속을 했는데 힘들어 하는 것은 끝나고 하자고 다짐했다. 촬영 중에는 현장에 최대한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했다.”
배우 조재현의 딸이자 신인 연기자 조혜정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진행된 MBC에브리원 드라마 '상상고양이'의 제작발표회에서 “좋은 작품에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 드린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녀에게 이른바 '금수저' 논란이 불붙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수저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조혜정이 우연치 않게 유승호가 출연하는 드라마에 주연급으로 발탁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상상고양이'는 각자 다른 상처를 가진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며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루며 인간이 생각하는 고양이, 고양이가 생각하는 인간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한 드라마. 조혜정은 극중 26세 카페 알바생 오나우를 연기한다.
앞서 조혜정은 SBS 예능 '아빠를 부탁해'에 조재현과 함께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기에 아버지 덕분에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캐스팅되는 호사를 누린 것 아니냐는 반응이 터져나온 것이다.
조혜정은 이날 “저는 원래 연기를 너무나 좋아했다. 미국에서도 연기에 도전했었고 독립영화에도 출연하며 꾸준히 오디션에 지원해왔다. 그 가운데 ‘상상고양이’도 한 작품이었다”며 “’아빠를 부탁해’를 통해 많은 분들이 저를 좋게 봐주셔서 이렇게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 같아 감사하다. 부담감이 크지만 제 자신이 더 긴장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 조재현의 조언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버지는 늘 그랬듯이 제가 오디션 가는 것도 모르신다. 합격 소식에도 크게 기뻐하지 않으셨다”며 “하지만 논란이 불거졌을 때 ‘어차피 네가 겪어야하는 과정이다. 이겨내라고 응원해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기적인 도움이나 가르침은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부모의 능력에 따라 자녀의 지위가 결정된다는 '금 흙수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자립하기 어려운 세상인 데다 가난이 대물림 되는 사회라는 열패감이 깔려 있기 때문. 흙수저로는 음식을 먹기 어렵고 물려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에 집-인간관계를 더한 '5포 세대'까지 등장한 시대다. 이에 조혜정을 향한 시선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실력으로 경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면 이런 비판을 받지는 않았을 터다.
하지만 조혜정은 오디션을 통해 정정당당하고, 투명하게 배역을 따냈다고 자신했다. 남들보다 한걸음 앞서 나간 만큼 더 낮은 자세로 노력해야 할 것은 당연하다./ purplish@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