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응답하라1988'이 이제는 자매의 남편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물론, 드라마의 주를 이루는 것은 80년대에 대한 향수와 연민을 느끼게 하는 가족, 이웃들 간의 에피소드지만, 다음회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높여주는 '드라마적' 요소는 역시나 남편찾기다.
그런 면에서 '응답하라 1988'는 지난 시리즈보다 한층 복잡해진 러브라인으로 속편의 미덕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과거 '응답하라 1997'의 경우 윤제(서인국 분)와 시원(정은지 분)의 러브라인을 주력해 보여주되, 윤제의 형 태웅과 시원의 애정 관계는 극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요소로 사용했다. 이들의 관계는 매회 마지막에 등장했던 주인공들의 현재 모습과 겹쳐지며 '윤윤제가 정말 성시원의 남편이 됐을까?'에 대해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미스터리로 활용됐다. 그럼에도 로맨스 묘사는 성시원과 윤윤제에 집중된 양상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응답하라 1994'에서는 삼각관계의 묘사가 균등해졌다. 주인공 성나정(고아라 분)의 마음은 쓰레기(정우 분)를 향해 있었지만, 성나정을 향한 칠봉이(유연석 분)의 구애가 비중있게 다뤄지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삼각관계가 형성됐다. 방송 후반부에 가서는 쓰레기와 성나정이 연인으로 이어졌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칠봉이의 명언(?)이 큰 반향을 일으키며 끝까지 극의 긴장감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앞선 두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응답하라 1988'의 특징은 더욱 정교해진 러브라인이다. 누가, 어떻게 이어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반전이 일어나 버린 것. 시청자들은 주인공 덕선(혜리 분)이 좋아하는 선우(고경표 분)가 정환(류준열 분)과 함께 남편찾기의 후보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선우가 덕선의 언니 보라(류헤영 분)를 좋아하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른 판단이었음이 밝혀졌다. 동시에 조용하던 택(박보검 분)이 덕선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 남편찾기 후보가 두 갈래로 정리됐다. 사실, 지금까지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격으로 볼 때 남편이 누구인지를 예상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이쯤해서 러브라인을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다. 다음은 두 갈래로 나눠 정리해 본 덕선의 남자, 보라의 남자다.
◆ 덕선(혜리 분)의 남자
-정환(류준열 분)
'어남류'는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유행하게 된 별명이다. '어차피 남편은(혹은 남자주인공은) 류정환'이라는 말인데, 이는 3회에서 정환과 덕선이 골목길에서 묘한 기류를 형성하고부터 생겨났다. 정환은 '응답하라 1997' 속 윤제를 떠올리게 할만큼 까칠한 남자주인공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축구에 푹 빠져있고, 부모에게는 유난히 말이 없어 섭섭함을 느끼게 하는 무뚝뚝한 아들이라 전반적으로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의 모습을 그려내 공감을 준다. 특히 덕선에게는 툴툴 대면서도 버스 안 인파로부터 그를 지켜 주는 등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며 네티즌의 애정 지분율을 올리기도 했다.
-택(박보검 분)
덕선의 엄마 일화(이일화 분)는 종종 "우리 택이 같은 사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왔다. 이 말은 이제 와 복선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택이 덕선의 새로운 남편 후보로 등극하면서다. 택은 천재적인 소년 바둑 기사다. 바둑으로 수억의 상금을 챙길만큼 뛰어난 재능을 지닌 그는 사실 쌍문동 골목 친구들 사이에서는 어리숙한 모습으로 돌봄을 받는 동생같은 친구다. 그렇지만, 택은 좋아하는 덕선을 보자마자 두 팔을 뻗어 포옹을 하고, 덕선에게 전화를 해 "영화를 보자"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 조용하던 택이지만, 조금씩 정환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다.
-동룡(이동휘 분)
동룡은 '응답하라 1997'속 방성재(이시언 분)나 '응답하라 1994' 속 해태(손호준 분)를 떠올리게 하는 코믹한 캐릭터다. 평소에는 껄렁껄렁한 모습이지만, 의외로 속이 깊어 친구들의 상담을 도맡아 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물론, 동룡이 덕선과 이어질 확률은 낮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동룡 역시 "덕선이 귀엽다"며 친구들과 한 목소리를 냈던 적이 있었던만큼 남편 후보에서 제외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 보라(류혜영 분)의 남자
-선우(고경표 분)
선우는 지난 6회 전까지만 해도 덕선이 남편의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가 덕선의 언니인 보라에게 고백을 하면서 판도는 뒤집어졌다. 덕선이 아닌 보라 역시 남편찾기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는 보라의 남편으로 가장 유력하게 떠올랐다. 선우는 전교회장에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다. 게다가 홀어머니와 자주 대화를 하고, 동생 진주를 다정하게 돌보는 부드러운 남자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는 '쌍문동 미친X'으로 통하는 보라와 묘한 어울림을 만든다. 보라가 거친 언행과 반대되는 속깊은 면모를 보여준다면, 선우는 부드럽지만 겉모습과 달리 의외의 단단한 내면을 가진 인물이다.
-정봉(안재홍 분)
정환의 형 정봉도 반전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정봉의 첫 번째 비밀은 이미 한 차례 밝혀졌다. 정환의 집이 부자인 이유가 정봉이 사 모았던 올림픽 복권이 당첨돼서였던 것. 이는 그간 정환, 정봉의 엄마 미란이 6수를 하는 아들에게 아무런 구박을 하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에피소드였다. 그 뿐만 아니라 정봉은 이문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에 보라와 관련한 사연을 보내기도 했다. 보라를 짝사랑 하고 있는 것. 보라를 향한 정봉의 사랑이 또 한 번 반전으로 작용하게 될 지도 중요한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eujenej@osen.co.kr
[사진] '응답하라 1988'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