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사실 조혜정은 이름 앞에 ‘배우’라는 이름이 붙기보다는 먼저 ‘조재현의 딸’로 유명해졌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사실 인정할 건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게 당연하고 누구보다 연기를 사랑한다는 본인도 억울할 테다.
자타공인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은 조재현의 딸이 연기를 한다고? 전후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빠 ‘빽’이네”라는 말이 가장 먼저 튀어나올 것이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에 집-인간관계를 더한 '5포 세대'까지 등장한 시대다. 이에 조혜정을 향한 시선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실력으로 경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면 이런 비판을 받지는 않았을 터다. 부모의 능력에 따라 자녀의 지위가 결정된다는 '금수저-흙수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자립하기 어려운 세상인 데다 가난이 대물림 되는 사회라는 열패감이 깔려 있기 때문. 흙수저로는 음식을 먹기 어렵고 물려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조헤정은 캐스팅 논란이 불거진 드라마 ‘상상고양이’ 말고도 그간 ‘처음이라서’ 등 여러 드라마 및 독립영화에 출연해왔는데 신인치고는 나쁘지 않은 연기력을 보였다. 매력 있는 외모에 여동생 삼고 싶은 애교도 지녔다. 하지만 ‘금수저 논란’을 이길 수는 없었다.
조혜정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진행된 MBC에브리원 새 드라마 '상상고양이'의 제작발표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저에 대해 많은 말들이 있었다. 그 때 나 자신과 약속을 했는데 힘들어 하는 것은 끝나고 하자고 다짐했다. 촬영 중에는 현장에 최대한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했다”며 “좋은 작품에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그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지만 끝내 씩씩하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연예인으로서, 배우로서, 버틸 힘을 얻은 분명해 보인다.
그녀에게 이른바 '금수저' 논란이 붙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수저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조혜정이 시기적절하게 유승호가 군 복귀작으로 선택해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이 드라마에 주연급으로 발탁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상상고양이'는 각자 다른 상처를 가진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며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루며 인간이 생각하는 고양이, 고양이가 생각하는 인간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한 드라마. 조혜정은 극중 26세 카페 알바생 오나우를 연기한다. 앞서 조혜정은 SBS 예능 '아빠를 부탁해'에 조재현과 함께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기에 아버지 덕분에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캐스팅되는 호사를 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조혜정은 이날 “저는 원래 연기를 너무나 좋아했다. 미국에서도 연기에 도전했었고 독립영화에도 출연하며 꾸준히 오디션에 지원해왔다. 그 가운데 ‘상상고양이’도 한 작품이었다”며 “’아빠를 부탁해’를 통해 많은 분들이 저를 좋게 봐주셔서 이렇게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 같아 감사하다. 부담감이 크지만 제 자신이 더 긴장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버지는 늘 그랬듯이 제가 오디션 가는 것도 모르신다. 합격 소식에도 크게 기뻐하지 않으셨다. 그러면서 연기적인 도움이나 가르침은 받지 못했다”며 “하지만 논란이 불거졌을 때 ‘어차피 네가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이겨내라고 응원해주셨다”고 전했다.
조혜정이 경쟁자들보다 조금 빨리 출발했지만 정정당당하게 오디션을 거쳐 배역을 따냈다. 남들보다 한걸음 앞서 나간 만큼 조혜정이 더 낮은 자세로, 감동을 주는 연기를 보여줘야 함은 물론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