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울고 웃는 흔한 신파 속 여주인공과는 다르다.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킬 줄 알고, 심지어는 남자 주인공을 구해주는 지혜와 검술 실력을 지니기도 했다. ‘육룡이 나르샤’ 속에서 이제껏 본 적 없는 ‘여걸’ 캐릭터를 그리고 있는 ‘3인방’ 신세경, 공승연, 정유미의 이야기다.
세 사람은 SBS 창사 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에서 각각 분이, 민다경, 연희 역을 맡아 출연 중이다. 이들 캐릭터의 공통점은 여타 드라마 속 여주인공과는 달리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간다는 것이다. 이에 과연 이들이 극중에서 어떤 성격과 특징을 가지고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 자세히 분석해봤다.
첫 주자는 신세경이 연기하는 분이. 그는 땅새(변요한 분)의 동생이자, 이방원(유아인 분)의 하나뿐인 정인, 그리고 육룡 중 하나로써 극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분이는 이방원과 어릴 때부터 이어져 온 인연으로, 현재는 그와 “사랑한다”라는 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깊은 연정을 가진 사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그는 신파 속 여주인공과는 달랐다. “내 것 하자”라고 고백하는 이방원에게 “네 것 할 생각 없다”라고 단칼에 거절한 것. 심지어 “첩이 되라는 말 아니냐”라고 쏘아붙이며 밀어내는 대범함을 보였다.
결국에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이방원을 붙잡는 대신 대업을 위해 그가 다른 여인과 혼인하도록 부추기는 길을 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이의 뚝심에 천하의 이방원 역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분이의 뜻에 따라 민다경과 혼인을 하게 되지만 분이는 오히려 잘 된 일이라며 마음을 추슬렀다.
공승연이 연기하는 민다경 캐릭터 역시 이에 만만치 않다. 그는 훗날 태종의 왕비이자 세종대왕의 모친인 원경왕후가 되는 역할인 만큼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난세에 사랑은 없다’라는 생각으로 오직 이(利)를 위해 이방원과 혼인을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첫날밤조차 “합방하지 않습니다. 저는 귀하의 가문과 도당 권력의 향방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귀하의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습니다"라며 확고한 뜻을 밝히며 철저하게 정치적인 인물임을 예고했다.
마지막으로 땅새의 옛 연인이자, 현재는 정도전의 여인이 된 연희(정유미 분)도 이들과 같은 노선을 걷고 있다. 특히 그는 고려 제일의 상단이자 첩보 조직인 화사단에서 ‘자일색’이라는 이름으로 이중첩자 노릇을 하며 방대한 지식과 무예 실력을 뽐내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처럼 분이, 민다경, 연희 세 캐릭터는 이제껏 한국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여걸 캐릭터를 창조해내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있다. 늘 나약하고 누군가에게 의지할 줄만 알았던 여주인공에서 벗어나 스스로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며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앞날을 개척해나가고 있기 때문.
현재 ‘육룡이 나르샤’는 육룡이 모두 만나며 신조선으로 가는 길에 한 발자국 가까워진 상태. 이에 세 사람이 과연 어떠한 활약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앞으로의 전개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