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톡톡]산이는 어떻게 호감형 래퍼가 됐나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5.11.25 08: 27

래퍼 산이는 힙합씬의 의미 있는 히트 메이커다.
현재 음원차트에서 산이의 음원차트 저력이 두드러진다. 25일 오전 7시 기준, 산이가 매드클라운과 콜라보한 신곡 '못 먹는 감'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2위 등 국내 주요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지난 19일 공개 직후부터 차트를 휩쓸었던 바다.
힙합이란 장르가 강세라고는 하지만, 음원차트에서 두각을 나타내기에는 여전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름 좀 날리는 힙합 뮤지션이라고 하더라도 음원 성적이 좋기는 쉽지 않다. 현재 산이와 함께 음원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힙합 뮤지션들로는 다이나믹 듀오, 지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산이는 특히 남다른 드라마를 지닌 래퍼다. 산이는 힙힙과 대중음악의 간극을 가장 좁힌 래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는 누군가에게는 디스의 소재가 됐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종의 롤모델이 됐다.
'한국 힙합씬 전체가 다 hate me...내가 너였어도 날 디스했을 거야..이미 찍은 만랩 취미는 하드캐리..이게 내 최고 겸손이야 살짝 피처링에 존재감 쓸데없이 고퀄..나도 인정 난 극혐 올겨울 따스했지 미운털 파카로..언프리티 M.C.'
키썸의 '슈퍼스타'에 피처링한 산이의 가사에서 알 수 있듯, 그의 강점 중 하나는 MC로서의 자부심은 간직한 채 본인에 대해 객관적이고 비교적 날카로운 평가를 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그가 힙합씬에서 디스의 대상이 된 적도, 혼자서 다른 종류의 음악을 하는 느낌도 있었다. 좋게 말하면 산이만의 특별한 영역이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너무 상업적이라고 지적했다. 레이나와 함께 한 '한 여름 밤의 꿀', 15&의 백예린과 호흡을 맞춘 '미 유' 등으로 인해 그를 '사랑꾼 래퍼'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여러 시선과 색안경 속에서도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은 그의 재능이다. 언제나 실력으로는 '깔' 수 없었던 그의 능력이 가장 큰 무기였다.
여기에 산이가 호감형으로 바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의 태도에 있었다. 엠넷 '쇼미더머니4' 당시 여러 래퍼들이 사용한 '빵 사와' 디스를 산이가 유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그의 진가가 발휘됐다. 진짜 빵을 사 오는 제스처를 취하는가 하면 "나는 요새 빵도 못 먹겠잖아" 등의 유머러스한 멘트를 날리며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본인 스스로를 과하게 방어하지 않으니 그 만큼 공격에 단단해졌다. 그리고 대중에게는 MC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산이에 대한 '리스펙트'가 생기게 됐다.
'못먹는 감'은 걸그룹 멤버같은 여성이 아닌 남자 래퍼와 콜라보한 곡으로, 이 노래를 통해서도 음원차트를 섭렵했다는 것은 산이의 스펙트럼에 의미를 더한다. 이제 산이가 피처링하는 가수들은 '산이 빨'이란 소리를 듣지 않게 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됐다. / nyc@osen.co.kr
[사진] 브랜뉴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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