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유아인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베테랑’, ‘사도’ 뿐만 아니라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까지 흥행시키며 물오른 연기력을 뽐내고 있는 유아인의 저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특히 현재 월화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 속 유아인은 지금껏 본 적 없는 독보적인 이방원을 만들어 내며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매회, 매 장면 전혀 다른 느낌의 이방원을 완성하며 극적 재미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육룡이 나르샤’ 속 이방원은 정도전(김명민 분)에게 폭두라 불리고 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아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함이 있기 때문. 하지만 이는 곧 폭주하는 변절자 홍인방(전노민 분)에 회심의 반격을 날리는 기회를 마련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유아인은 이런 이방원을 매회 소름 돋는 눈빛과 알맞은 호흡, 안정적인 발성, 깊이가 느껴지는 감성으로 표현해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다. 연기자로서의 유아인은 입이 열 개라도 부족할 만큼 장점이 많은데,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만나는 인물마다 각기 다른 느낌의 호흡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의 이방원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집념을 발휘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한다. 어린 시절부터 운명의 인연을 함께 하고 있는 분이(신세경 분)와는 티격태격하면서도 모든 감정을 다 내보일 정도로 순수한 모습이다. 여장부 분이의 배포를 ‘낭만적’이라고 칭하며 눈에 하트를 그려 넣을 때도, 분이가 오라버니 땅새(변요한 분)과 눈물의 재회를 할 때 뿌듯한 미소를 짓던 모습도, 툭툭 내던지는 말투로 신발을 사줄 때에도, “사랑해”라며 숨겨둔 마음을 당차게 고백하는 분이에게 당황해 하면서도 “너 죽을 때까지 사랑할 것 같다”고 대꾸할 때에도, 유아인은 그 시절 청년 이방원이 느꼈을 감정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표현해내 시청자들까지 설레게 만들었다.
또 신조선 건국을 위해 자신이 함께하고자 마음 먹은 정도전과 땅새에게는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표하고 있다. 특히 정도전이 자신을 매몰차게 꾸짖고 내치는 상황에서도 이방원은 끝까지 정도전의 제자가 되겠다고 마음 먹고 당찬 다짐을 했다. 그리고 이는 정도전의 마음을 제대로 움직였다. 정도전이 이방원을 제자로 명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유아인과 김명민의 멱살잡이는 그 자체로 짜릿한 전율을 선사했다. 게다가 지난 16회 방송에서 유아인은 목숨을 건 도박을 하는 순간 미세하게 떨리는 눈빛과 표정으로 긴장감 어린 장면을 연출하는 한편, 독보적인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뽐내 왜 그가 이방원이어야 하는 지를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그런가하면 유아인은 아버지 이성계 장군 역의 천호진과는 눈물 겨운 부자 관계를 보여줬고, 정 2품 북두 호위무사로 친히 낙점한 무휼(윤균상 분), 평생 심복인 영규(민성욱 분)와는 웃음 유발하는 찰떡 호흡으로 깨알 재미를 전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웃음을 준 장면은 이방원과 무휼의 ‘고려 배틀’인데, 이 장면에서 유아인은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고 능청스럽게 ‘고려’를 운운해 무휼을 당황케 만들었다. 무휼과 있을 때는 장난기가 더욱 폭발하는 이방원은 유아인의 귀신 같은 연기력 덕분에 더욱 그 매력이 배가되고 있다는 평이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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