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버릴 것 하나 없는 요물 드라마 [육룡 천하①]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11.26 09: 17

“1시간이 마치 10분과 같다”는 말은 이제 식상할 만도 한데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를 보면 자동적으로 이 말부터 튀어나온다. 분명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의 조선 건국 이야기는 이미 여러 차례 드라마화 된 적이 있기 때문에 새로울 것도 없다 싶었는데, ‘육룡이 나르샤’는 이 같은 생각을 말끔히 지우게 한다. 이 같은 저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육룡이 나르샤’는 ‘대장금’,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등을 쓴 사극 대가 김영현 박상연 작가와 ‘뿌리깊은 나무’의 신경수 PD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라는 점만으로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와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뿌리깊은 나무’ 집필 당시 정도전과 이방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는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이며 ‘선덕여왕’의 700년 후 이야기인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일개 개인에게 있어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또한 50부작의 긴 호흡을 준비한 만큼 캐릭터 간의 관계와 색깔에 중점을 두고 대본을 집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현 작가는 “캐릭터물로 많은 차별점을 보일 것”이라며 “어떤 한 사람을 다른 캐릭터에 의해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유아인 분)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작품인데, 놀라운 건 매회 이야기의 중심에 서는 인물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1회부터 6회에 걸쳐 육룡의 스토리를 촘촘하게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이들과 얽히고설킨 인물들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내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또 썩어빠진 고려의 암담함에 맞서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고 의기투합하는 육룡을 통해 시청자들은 가슴이 요동치는 울림과 묘한 위안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무거운 것도 아니다. 팩션 사극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개성 강한 연출도 ‘육룡이 나르샤’의 인기 요소다. 땅새(변요한 분)의 스승인 장삼봉(서현철 분)의 등장이나 무사가 되어 가고 있는 과정의 무휼(윤균상 분)이 보여주는 시트콤보다 더 코믹한 장면, 지금껏 사극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아이라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길태미(박혁권 분) 등 깨알 같은 재미 요소를 더해 시청자들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해준다. 또 매회 등장하는 마성의 엔딩은 짜릿한 전율까지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다음 회를 기다리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육룡이 나르샤’가 가진 최고의 장점은 구멍 하나 없는 배우들의 소름 돋는 연기 대결을 들 수 있다. 말 그대로 연기 신들의 향연이다. 최종원, 전국환, 전노민, 박혁권, 천호진, 김명민 등의 중견 배우들은 물론이거니와 젊은 용 유아인, 신세경, 변요한, 윤균상 등은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남다름, 이레, 윤찬영 등 아역 연기자와 박해수, 민성욱, 진선규 등 조연들까지도 완벽한 연기로 ‘육룡이 나르샤’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50부작 팩션 사극 ‘육룡이 나르샤’는 이제 16회 방송을 마쳐 아직 가야 할 길이 구만리 같다. 하지만 탄탄한 대본과 화려한 영상, 몰입도 높은 연출,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력 등 그냥 믿고 봐야 할 이유만 해도 차고 넘친다. 단 한 번도 월화극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명품 사극’이라는 극찬 속에 순항하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가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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