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의 계절이다. KBS, MBC, SBS 방송 3사는 한해동안 방송된 드라마 가운데 시청자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 그 중에서도 한 명의 배우를 선정해 대상을 수여한다. 시청자를 수긍하게 할 대상 수상자가 과연 누구일지는 한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방송가의 최대의 관심사다.
특히 드라마 농사를 잘 지었어도, 못 지었어도 각 방송사의 한해를 대표하는 배우들은 언제나 줄지어 후보에 오르기 마련인데, 매년 박빙의 대결이 펼쳐졌음에도 올해는 특히나 더 쟁쟁한 대상 후보들이 각 방송사별로 포진해있다. 이들은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KBS 유력후보#1. 혜자님이시여, '착하지 않은 여자들' 김혜자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가족드라마라는 장르를 이례적으로 평일에 배치해 역으로 신선함을 안겼다. 특히 오랜만에 지상파 드라마로 돌아온 김혜자는 극의 중심에서 '역시 김혜자'라는 감탄사를 자아냈다. 김혜자는 자신의 남편과 바람을 피웠다고 여긴 장미희와 티격태격 앙숙 케미로 독특한 정서의 코믹 연기까지 보여줬다. 고상한 외모에 거침없는 말투와 솔직한 입담으로 오묘한 매력을 발휘한 김혜자는 초반 등장한 '혜자킥'부터 시청자를 열광하게 했고, 익숙한 것 같지만 새로운 이야기로 시청자를 몰입하게 했다. 이미 데뷔 50년을 넘긴 '국민 어머니' 김혜자의 연기에 감탄하는 일은 새삼스럽지만, 또 한 번 감탄하지 않고서는 넘어갈 수 없는 명연기는 이 드라마를 수목극 1위로 이끌었다.
KBS 유력후보#2. 하반기 구세주, '장사의 신-객주2015' 장혁
'객주'는 폐문한 천가객주의 후계자 천봉삼이 시장의 여리꾼으로 시작해서 상단의 행수·대객주, 마침내 거상이 되는 성공 스토리를 그린다. 특히 '객주'는 침체에 빠졌던 KBS 하반기 드라마국에 수목극 1위라는 타이틀을 안겨주며 체면을 살렸다. 중심에 선 장혁은 '추노' 대길이를 지우고, 굴곡진 인생을 사는 봉삼이의 여정을 시청자에게 흡인력있게 그려내는 중이다. 장혁은 봉삼의 전쟁같은 삶을 긴장감 있게 끌고 가면서 한채아와의 로맨스 또한 묵직하면서도 설렘 가득하게 그려내는 내공으로 호흡이 긴 사극에 안정적인 시청층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KBS 유력후보#3. 예능국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김수현
예능국에서 만든 예능드라마 '프로듀사'는 연말에 연기대상 시상식에 서기로 결정했다. 예능드라마를 시도한 KBS 예능국의 실험은 성공했다는 평을 얻었다. '멜로 거장' 표민수 PD와 '개콘' 서수민PD, '별그대' 박지은 작가, 김수현, 차태현, 공효진, 아이유 등 '어벤져스급'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뭉쳐 만든 성공은 시즌2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어리바리한 신입PD 백승찬으로 분한 김수현은 기존의 완벽남 이미지를 모두 지우고,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연기 변신, 그의 매력을 아낌없이 보여줘 또 한 번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김수현은 쟁쟁한 출연진 가운데서도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친 것. 김수현은 앞서 2015 코리아드라마어워즈(이하 KDA)에서 '프로듀사'로 대상을 차지하며 올 한해 그의 영향력을 이미 입증한 바 있다.
MBC 유력후보#1. 차도현입니다, '킬미 힐미' 지성
'킬미 힐미'는 7중 인격을 가진 다중인격 장애자와 레지던트 1년 차 여의사의 로맨스를 그려냈다. 이 드라마는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독특한 소재에서 나오는 재미를 기대 이상으로 끌어냈다. 7개 인격을 연기하는 지성은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다. 바른 생활남 차도현을 시작으로 다크하고 거친 매력의 신세기, 여수 출신의 능글맞은 마초 페리박, 자살중독자 안요섭, 사생팬이자 트러블메이커인 안요나, 소녀 나나, 어린 시절 리진의 상상 속 친아빠인 의문의 인격 미스터엑스까지, 한 씬 안에서도 접신한듯 시시각각 달라지는 지성의 눈빛과 말투, 행동은 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MBC 유력후보#2. 믿보황, '킬미 힐미'·'그녀는 예뻤다' 황정음
황정음은 7개 인격을 연기하는 지성과 함께 '킬미, 힐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지성의 곁에서 매력 넘치는 여자 주인공으로 중심을 잡은 황정음은 어떤 장르에서도 제 역할을 해내는 그의 저력을 또 한 번 발휘했다. 여기에 '킬미, 힐미'의 대성공에 이어 7개월 만에 '그녀는 예뻤다'를 다시 한 번 성공시킨 '믿고 보는 황정음'이라는 수식어를 오롯이 증명했다. 김혜진 역할에서 외모를 포기하고 철저하게 망가진 황정음은 뽀글머리에 선명한 주근깨, 홍조도 사랑스럽게 표현하며 대체 불가 여배우로 거듭났다. 예뻐보이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자 그의 연기력 또한 빛을 발했다.
MBC 유력후보#3. 막장이면 어떠랴,'내딸 금사월' 전인화
주말극 '내딸, 금사월'은 진실을 숨기려는 자와 복수를 하려는 자, 그들 부부의 25년에 걸친 소리 없는 전쟁과 목숨을 건 한판승부를 그린 드라마다. 복수와 로맨스가 혼합된 가족 주말극이지만, 시트콤과 같은 톤을 유지하며 시청자를 웃고 울게 한다. 1위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큰 사랑을 받는 이 드라마에서 전인화는 금사월(백진희 분)의 생모 신득예 역으로 열연 중이다. 그는 가발과 휠체어를 활용해 마봉녀라는 새로운 인물로 재탄생되는 황당한 이야기에도 연기력이라는 무기로 시청자가 시선을 고정하게 하는 힘을 발휘 중이다.
SBS 유력후보#1. 이제 SBS 아들, '용팔이' 주원
'KBS의 아들'로 불리던 주원은 SBS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주말극이 아닌 평일드라마에서 시청률 20%대를 돌파한 주원의 저력은 각종 논란 사이에서도 단연 빛났다. 주원은 '용팔이'의 다소 허술한 전개와 분노를 유발하는 악역 캐릭터들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던 '용팔이'에서 초반부터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주며 마지막까지 극의 중심을 잡았다. 개연성을 잃어가는 스토리 속에서도 놀라운 몰입력과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여준 주원은 김태희에게 다시 한 번 사랑을 약속하는 장면에서는 왜 그가 여성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지 이유를 설명했다.
SBS 유력후보#2. 하드캐리 여성 파워, '가면' 수애
'가면'은 자신을 숨기고 가면을 쓴 채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여자와 그 여자를 지고지순하게 지켜주는 남자를 통해 진정한 인생과 사랑의 가치를 깨닫는 격정 멜로 드라마를 표방했다. 하지만 배는 산으로 갔고, 그 와중에 수애의 능력이 빛났다. 회를 거듭할수록 스토리는 허술해졌지만, 수애는 흔들림 없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지숙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나약하고 가난한 여자인 지숙과 당당한 힘을 갖추고 있는 은하를 소화해내는 모습이 호평을 끌어냈다. 우아하면서도 도도한 은하와, 어리숙하면서도 강단 있는 지숙을 표정만으로 확실하게 구별해낸 수애는 시청자의 몰입도를 끝까지 유지했다.
SBS 유력후보#3. 시상식서 날아오를까, '육룡이 나르샤' 김명민·유아인
'육룡이 나르샤'는 현재 높은 인기 속 월화극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방송 초반부인 '육룡이 나르샤'가 시상식의 후보로 오를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드라마는 '연기 본좌'로 불리는 김명민이 매회 치열한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고, 영화 '베테랑', '사도'의 연이은 성공 이후 '육룡이 나르샤'에서 보인 연기 변신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유아인의 인기도 뜨겁다. '고려'라는 거악(巨惡)에 대항해 고려를 끝장내기 위해 몸을 일으킨 여섯 인물의 화끈한 성공스토리를 다룬 이 작품은 경쟁드라마에 비해 내용이 무겁지만, 김명민과 유아인 등 배우들의 열연이 시청자를 폭넓게 끌고 간다. 유아인은 빛나는 연기력과 뛰어난 존재감으로 자신만의 이방원 캐릭터를 완벽하게 만들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연기 본좌' 김명민의 연기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단 2분 등장만으로도 안방극장을 숨 멎게 한 그다. /jykwon@osen.co.kr
[사진]KBS, MBC,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