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이 최근 북미 지역 개봉을 확정지었다. 국내에서는 비주류 장르로 불리는 오컬트 영화이지만, 45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에 성공해 엑소시즘의 본고장 북미를 찾게 됐다. 이는 한국화된 엑소시즘 영화가 본고장으로 다시 역수출된 의미로도 생각할 수 있다.
‘검은 사제들’은 위험에 직면한 소녀 영신(박소담 분)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김신부(김윤석 분)와 최부제(강동원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악령에 쓰인 영신을 구하기 위해 일면식이 있었던 김신부가 최부제와 함께 구마예식을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몸 안에 4개의 악령을 품고 있던 영신이 기괴한 모습으로 변하고 피를 토하는 장면이 섬뜩함을 자아낸다. 물론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영화에서도 구마예식을 몰래 캠코더에 담고 있던 최부제를 향해 김신부는 “네가 직접 보고 전해. 물론 아무도 안 믿겠지만”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오컬트 무비 장르는 초자연적인 사건이나 악령, 악마를 소재로 한다. ‘검은 사제들’처럼 악령을 쫓는 엑소시즘 소재도 이에 속한다.
서양에서는 역대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꼽히는 ‘엑소시스트’(1973)를 시작으로 ‘오멘’, ‘사탄의 인형’ 시리즈, ‘콘스탄틴’, ‘라스트 엑소시즘’ 시리즈 등이 그 계보를 이어오고 있다. 악령에 쓰인 사람의 모습이 관객들을 섬뜩한 긴장감에 몰아넣으면서 공포영화의 인기 소재로 쓰이고 있지만, 대중적인 소재는 아니다. 특히 충무로에서는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
이 가운데 ‘검은 사제들’이 이뤄낸 흥행 돌풍은 한국에서도 엑소시즘 장르가 보편적인 재미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심지어 비수기로 꼽히는 11월 초 개봉이라는 핸디캡까지 갖췄으나, 이 모든 제약을 뛰어넘고 작품과 배우들의 연기로만 성공을 이뤄냈다. 덕분에 11월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는 다양성까지 충족시켰다.
이제 ‘검은 사제들’은 북미로 그 시장을 넓혀 ‘엑소시즘’의 정통 시장에서 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검은 사제들’의 해외 판매를 맡은 오퍼스픽쳐스에 따르면 ‘검은 사제들’이 26일 로스앤젤레스와 달라스 지역 극장 개봉을 시작으로 추후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전역으로 극장 개봉을 확대하는 것. 과연 신선한 스타일로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검은 사제들’이 북미 지역에서도 어필할 수 있을지 국내 영화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검은 사제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