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안 보면 섭섭한 드라마가 된 tvN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이하 응팔)이 예상치 못한 카메오의 등장으로 근사한 혼란스러움을 자아낸다.
카메오는 인기 배우가 예기치 않은 순간에 깜짝 등장해 짧은 시간 동안에만 연기를 하면서도 내용상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한 장면이라도 포인트가 될 때는 극의 맛을 살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응팔'은 지난 2012년 시작된 '응답하라 1997', 이듬해 방송된 '응답하라 1994'의 성공으로 올 하반기 기대작으로 자리 잡은 흥행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그 대단한 명성답게 역대급 배우들의 깨알 같은 출연으로 방송 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성인 덕선 역의 이미연부터 그녀의 언니 보라 역의 전미선까지 방송 6회동안 출연했던 카메오들을 묶어봤다.
■'덕선' 이미연, 특공대는 없다..중년美 가득
'응팔' 첫 회는 이미연의 조용한 내레이션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게 '웬열~?' 내레이션이 끝이 아니었다. 이미연은 1988년 쌍문여고의 '특공대'(특별히 공부 못하는 대가리) 덕선이 2015년 40대 중반을 맞이한 아줌마 덕선 역을 맡았다. 천방지축 혜리가 중년미 가득한 이미연으로 성장한 셈이다.
어느틈에 중년의 아주머니가 된 덕선은 주책 없었다. 그는 에필로그에 등장해 '남편'에 대한 불만을 가득 털어놓았다. 이미연과 김주혁이 티격태격 하는 모습을 통해 덕선의 남편이 누구인지 호기심을 자극, 색다른 재미를 안기고 있다. 현재 류준열, 박보검이 유력한 남편후보로 떠오른 상황이다.
■'덕선 남편' 김주혁, 냉정+따뜻 공존하는 '츤데레男'
이미연과 함께 극의 마지막에 잠깐 출연했음에도 김주혁은 소위 '미친 존재감'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그가 모두가 기다리는 덕선의 '남편'이기 때문이다. 정환(류준열 분), 정봉(안재홍 분), 택(박보검 분), 동룡(이동휘 분) 네 사람 가운데 주인공이 숨어있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개에 쉽게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김주혁은 아내 역의 이미연과 티격태격 찰떡호흡을 과시하며 극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극중 툭툭대는 말투를 쓰는데, 이로 인해 '츤데레남' 정환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제작진이 워낙 떡밥을 많이 던지고 있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다.
■김수로, 양주 득템한 '수로와 매점 주인'
배우 김수로하면 '애드리브의 대가'라고 표현할 수 있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맛깔나는 대사로, 명실상부 대한민국 코미디 장르의 선두두자로 불리기 때문이다. '응팔'에서는 김수로왕 매점 주인으로 깜짝 등장해 웃음을 안겼다. 김수로는 지난 3회에서 경주에 위치한 '김수로왕 매점'의 주인 역을 맡았다.
이날 덕선은 정환이 잠시 맡긴 양주를 깜빡하고 매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단체버스에 올랐다. 그는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양주를 점퍼 속으로 숨기는 모습이 잡히면서 웃음을 더했다. 잠깐의 출연으로 극의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개성만점의 능청스런 연기로 통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전미선, 운동권 출신에 애교 가득한 '반전 언니'
청춘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가진 전미선이 80년대 운동권 출신인 성보라 역을 맡아 놀라움과 충격을 안겼다. 다소 기가 센 보라는 대학 시절부터 담배를 피웠는데 2015년의 보라(류혜영 분) 역시 아직 금연을 하지 못해 평소 역할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색다른 연기 변신을 펼친 것이다.
지난 21일 방송된 6회의 에필로그에 다시 한 번 40대의 덕선이 등장했고, 이번에는 중년의 보라가 동생의 집을 찾았다. 이날 갑자기 그녀의 남편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는데 "자기야 이 시간에 웬일이야?"라고 말하며 애교 있는 모습을 보여 덕선의 남편에 이어 보라의 남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purplish@osen.co.kr
[사진]'응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