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이 tvN ‘응답하라 1988’의 러브라인에 후발 주자로 나섰다. 혜리의 첫사랑이었던 고경표, 혜리에 대한 묘한 감정을 키워가고 있는 류준열에 이어 혜리에 대한 수줍으면서도 당돌한 애정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언제부터인지, 왜인지도 모르는 그의 짝사랑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밝혀지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다.
박보검이 연기하는 ‘택’ 캐릭터가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지난 ‘응답하라 1994’에 등장했던 유연석의 칠봉 캐릭터와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남자를 짝사랑하는 여주인공을 좋아한다는 것부터 한 분야에 천재성을 가졌다는 점 등이 바로 그것. 그런가하면 전혀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유연석은 ‘응답하라 1994’ 출연 이후 그야말로 드라마부터 영화, 예능, 광고까지 섭렵하며 ‘응답 시리즈에 출연하면 뜬다’라는 공식을 입증했다. 박보검 역시 앞서 러브라인을 형성했던 정환 역의 류준열 못지않은 인기를 끌며 새로운 ‘라이징 스타’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처럼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연이어 여심을 사로잡은 두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인지 전격 분석해봤다.
■ ‘응답하라 1988’ 택(박보검 분)
택은 동룡(이동휘 분)의 말에 따라 중국에서 신으로 불릴 정도로 천재성을 지닌 대한민국 국보급 바둑 기사다. ‘바둑계의 돌부처’라는 별명대로 바둑에만 집중하는 집중력으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등신’이라는 별명 그대로 무지함을 뽐낸 것이 그의 반전 매력. ‘선택(덕선+택)’ 커플을 지지하는 시청자들 역시 어리숙한 택을 누나처럼 보살피는 덕선의 ‘케미’에 끌렸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또한 극 초반에 택이 선우(고경표 분)의 팔짱을 끼는 등의 모습이 그려져 이전 시리즈의 ‘빙그레’나 ‘준희’와 같은 역할이 아닌가하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추측은 지난 6회가 방송되자마자 쏙 들어가게 됐다. 택이 덕선을 남몰래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이 본격적으로 드러났기 때문. 그는 좋아하는 덕선을 보자마자 두 팔을 뻗어 포옹을 하고, 덕선에게 전화를 해 “영화를 보자”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바둑의 ‘승부사’답게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으로 여심을 공략하는 것이 택 캐릭터의 매력. 또한 택을 연기하는 박보검이 소년과 남자를 오가는 눈빛으로 이를 잘 살린 것이 큰 몫을 했다.
■ ‘응답하라 1994’ 칠봉 또는 김선준(유연석 분)
칠봉은 대학야구 최고 에이스로 정통파 우완 투수로 야구 밖에 모르는 성격으로, 바둑 외골수인 택과도 비슷한 면모를 가졌다. 하지만 택이 모성애를 자아내는 어리숙한 모습에서 남자답게 변하는 매력으로 어필했다면, 칠봉은 반대다. 남자다운 외면과 달리, 어딘가 상처 받은 듯한 눈빛과 내면으로 그의 짝사랑을 더욱 애달프게 그려낸 것. 쓰레기(정우 분)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나정(고아라 분)을 바라보며 가슴 아파하는 칠봉의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안타깝게 만들었다.
특히 극중 유일한 ‘서울 남자’답게 다정함을 기본으로 장착한 말투와 눈빛은 칠봉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서울에서도 강남, 강남에서도 부자들만 산다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살아 ‘깍쟁이’일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어른에게 인사도 잘하고 친구들에게도 살갑게 말을 붙이는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신촌 하숙 친구들과 무리 없이 어울리며 극의 재미를 높이기도 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