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응팔’, 따뜻한 정이 판타지 되는 씁쓸한 현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11.30 15: 31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뭉클한 감동을 안기는 것은 쌍문동 골목길 다섯 가족에게는 따뜻한 정이 있기 때문일 터다. 
복권 당첨으로 벼락부자가 된 김성균(김성균 분) 가족은 하루 하루 연탄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반지하 살이 성동일(성동일 분) 가족을 돕는다. 없이 살아도 손이 큰 성동일의 아내 이일화(이일화 분)는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다른 집에 나눠주느라 바쁘다. 김성균의 아내 라미란(라미란 분) 역시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에 익숙하다. 이 드라마에서 음식을 나눠 먹는다는 것은 정을 나누고 한 가족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라미란은 수학여행을 가는 성덕선(혜리 분)의 용돈을 대신 챙겨준다. 이 역시 혹시라도 이일화가 자존심이 상할까봐 옥수수 사이에 숨겨두고, 이를 발견한 이일화는 고마움에 울컥하는 모습을 보인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찢어지게 가난해 단칸방에서 살았던 김성균과 라미란 가족은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데 익숙하다. 무엇보다 김성균은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오는 농담과 유행어를 따라하느라 바쁘고, 라미란 역시 집안 곳곳은 비싼 물건으로 가득차 있지만 소탈한 아줌마로 그려지고 있다. 자신들의 욕심만 채우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정이 있는 곳이 쌍문동 골목길, 1988년 그 시절이라는 게 ‘응답하라 1988’이 다루고 있는 드라마 속 가상 세계다. 

‘응답하라 1988’은 추억이라는 이름 하에 현실과 가상을 현명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추억으로 공감을 사기도 하고, 그 속에 재미를 위한 가상 장치로 드라마적인 강렬함을 안긴다.
최택(박보검 분)의 바둑 대회 우승을 간절히 바라고, 패배 후 행여나 우울해할 택이를 걱정하는 골목길 어른들. 서로의 소소한 일상을 함께 공유하고, 집안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알 법할 정도로 사생활의 구분이 없는 곳. ‘응답하라 1988’은 골목길 5인방의 가족을 하나의 공동 운명체로 그리고 있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그때 그시절 실제로 있었던 일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과장된 판타지일 수 있다. 
담장의 경계가 높아지고 이웃간의 교류가 현저히 적은 2015년 지금, ‘응답하라 1988’ 속 어마어마한 부자 김성균 가족의 배려로 관철되는 인간미는 어떻게 보면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웃간의 따뜻한 정이 지금은 잃어버린 추억으로 여겨질 수도, 그때 당시에도 흔하지 않았던 미풍이었다며 과장된 허구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 것. 그만큼 우리는 각박한 현실을 살고 있다는 것. 경제력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반목은 타인을 배려하지 않아 갈등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과 다른 이들을 혐오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응답하라 1988’의 골목길은 참 많이 달라 더욱 뭉클할 수도, 더욱 흥미로울 수도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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