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사랑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걸까. 뜬금 없는 사랑 이야기 대신에 원래 하고자 했던 이야기에 집중해달라는 시청자들의 바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젊은 시청자들은 이야기를 방해하는 ‘러브라인’을 보고 싶지 않다고 하고,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진은 ‘러브라인’ 없는 드라마는 만들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해 큰 인기를 끌었던 tvN 금토 드라마 ‘미생’은 흔한 연인 한 명 등장하지 않아도 지상파 드라마를 기죽이는 놀라운 화제성을 자랑했다. 이 드라마 이후 ‘러브라인’ 없이도 드라마가 잘될 수 있다는 공론이 펼쳐질 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남녀간의 멜로 없는 이야기가 드라마로 제작되는 일은 드물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중에 미스터리극을 표방하는 SBS ‘마을’과 사회극을 표방하는 JTBC ‘송곳’ 정도가 남녀간의 사랑이 없는 드라마다. 재난을 소재로 한 JTBC ‘디데이’에도 사랑이 들어가 있었다. 아무리 젊은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는 시대가 지나갔기 때문에 시청률이 중요하지 않게 됐다고 해도 쉬운 멜로 이야기를 선호하는 중장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젊은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는 화제성이 높은데, 이 화제성이라는 게 당장 눈에 보이는 기록이 아닌 터라 방송사로서는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드라마를 집중해서 편성할 수밖에 없다.
젊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는 드라마가 모두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 화제성을 잡겠다고 시청률을 놓쳤다가는 거금의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게 지상파 방송사가 가지고 있는 공포감이다. 물론 SBS '펀치'처럼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사로잡는 '러브라인' 없는 드라마가 나올 수도 있지만 이는 확률적으로 낮다는 게 방송 제작진이 결국엔 '기승전러브라인'을 선호하는 이유다.
젊은 시청자들의 불만에도 전문적인 이야기를 강조한 장르 드라마에 사랑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심지어 막장 드라마는 삼각관계를 넘어서 사각관계까지 갈등을 양산하는 것은 결국 시청률 때문이라는 것.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최근 OSEN에 “지상파 드라마는 보편적인 이야기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라면서 “아무리 시청률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왔다고 해도 결국 광고 판매는 시청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젊은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장르 드라마는 시청률을 좌우하는 중장년 시청자들이 꺼리기 때문에 지상파에서 편성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PD 역시 “일선 제작진이 ‘미생’과 같이 러브라인이 없는 드라마를 기획해도 결국 편성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이러다가 젊은 시청자들이 지상파 드라마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로서는 전연령층이 모두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다. 점점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의 시청층이 구분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 jmpyo@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