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청룡영화상의 과제는 '대종상 트라우마 극복'이다.
오늘(26일) 오후 8시 45분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제36회 청룡영화상이 그 어느 때보다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일주일 앞서 열린 제52회 대종상 영화제의 충격 때문이다. 지난 20일 열린 제52회 대종상 영화제는 남녀주연상, 조연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 수상 후보들이 대거 불참하는 파행을 빚었다.
배우들의 불참 이유는 표면적으로 '스케줄 상의 문제'였으나, 이 같은 결과가 이미 예견 됐었다고 보는 의견이 많았다. 대종상 측의 '참가상' 발언 때문이다. 대종상 영화제 측은 시상식에 앞서 열었던 기자회견에서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결정했다"는 방침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는 공정하고 권위 있어야 할 영화상을 '참가상'으로 격하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대종상 측은 시상식 2주 전에서야 섭외에 들어가는 등 허술한 진행에 대해서도 공격을 받아야 했다.
결과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흥행 성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었던 '암살', '베테랑'이 각각 1관(여우주연상)과 무관에 그쳤기 때문이다.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영화제는 비슷한 시기 개최되는 탓에 필연적으로 수상 결과가 비교돼 왔다. 청룡영화상은 대종상 영화제와 항상 다른 선택을 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인상도 있다. 대종상 영화제가 '흥행성'에 주안점을 뒀다면 청룡영화상은 조금 더 '영화적인 것'에 관심을 둔다는 평. 그 떄문에 이번 청룡영화상 역시 대종상 영화제와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보내는 이가 적지 않다.
지난 10일 발표된 제36회 청룡영화상 후보자(작)는, 청정원 인기스타상과 청정원 단편영화상, 한국영화 최다관객상을 제외한 15개 부문으로, 2014년 11월 1일부터 2015년 10월 8일까지 개봉한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영화계 각 분야 전문가들의 설문조사와 네티즌 투표 결과를 종합한 결과다.
영화 '암살'이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총 11개 부문에서 12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 뒤를 '베테랑'이 10개 부문, '사도'가 9개 부문 10개 후보, '국제시장'이 총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치열한 경합을 예고하고 있다. 대종상 영화제 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
또한 '뷰티 인사이드'가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뒤이어 '강남1970', '극비수사', '소수의견', '스물', '차이나타운'이 3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간신', '거인', '무뢰한', '소셜포비아', '카트'가 2개 부문,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 '마돈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악의 연대기', '오피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각각 1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과연 제36회 청룡영화상은 대종상 영화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기대만큼 만족할만한 시상식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제36회 청룡영화상은 총 18개 부문에서 시상이 진행될 예정이며 제14회 때부터 22년째 MC자리를 지켜온 '청룡의 안방마님' 배우 김혜수가 4년째 함께 하고 있는 배우 유준상과 진행을 맡았다. /eujenej@osen.co.kr
[사진] 청룡영화상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