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의 연기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처음이라서’ 이전에도 KBS2 ‘아름다운 그대에게’, MBC ‘메디컬 탑팀’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가수 경력에 비하면 연기자로서는 아직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상태. 이런 그의 연기는 처음부터 완벽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서’에서 최민호는 이제 그의 이름 앞에 연기자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스무 살의 윤태오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지난 25일 방송된 온스타일 드라마 '처음이라서'(극본 정현정, 연출 이정효) 마지막 회에서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태오(최민호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태오는 집을 나갔던 엄마의 주소를 알아내 무작정 군산으로 향하는 송이(박소담 분)를 쫓아갔다. 그건 바로 재혼을 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상처를 받을 송이가 걱정되는 마음에서였다. 태오는 엄마의 집 앞까지 찾아간 송이를 일부러 자신 쪽으로 돌려세우고 눈을 가리는 등 애를 썼지만 결국 진실은 드러나고 말았고, “알고 있었으면서 왜 나한테 말을 하지 않았냐”며 눈물을 흘리는 송이를 따뜻하게 감싸며 위로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태오는 과거 재혼을 하는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했던 자신을 송이가 위로해 준 것처럼 덤덤한 말투 속에 진심을 담아 건넸다.
이런 그에게 송이는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라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고, 이번 일로 인해 태오는 송이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됐다. 하지만 이미 송이의 옆에는 지안(김민재 분)이 있기에 태오는 누구에게도 그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었고, 송이를 향한 사랑과 지안과의 우정 사이에서 괴로워했다.
이어 서울로 올라 온 태오는 세현(정유진 분)에게 이별을 고했다. 세현과 헤어진 후 괴로워하는 태오의 모습에 송이는 걱정을 했고, 이런 그의 모습에 지안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송이에게 향해 있는 태오의 마음을 알고 있는 지안은 “그러니까 너는 왜 모르는데”라며 답답해했다. 지안의 말은 송이가 자신을 향해 있는 태오의 마음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집으로 돌아온 송이는 그동안 늘 옆에서 챙겨줬던 태오를 떠올리며 그의 마음을 알게 됐다.
이에 송이는 태오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고, 태오는 “난 너무 힘들고 네가 어떻게 말해도 아무 말도 못한다. 네가 지금 우니까 내 마음이 너무 아픈데 지안이 생각이 나고, 지안이를 생각하면 내가 죽일 놈이다 싶은데 뭘 말하라는 거야”라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한편 태오와 지안은 함께 농구를 하다 몸싸움을 하게 됐다. 반칙을 했다고 외치는 지안에게 태오는 “내가 지금 반칙 안하려고 애쓰고 있는 줄 아냐”라며 대꾸했고, 두 사람은 서로 입밖으로 차마 꺼낼 수 없었던 묵혀있던 감정을 그렇게 풀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결국 태오는 사랑이 아닌 우정을 택하기로 했다. 그는 송이를 향해 “나 너 안 좋아한다”며 싫은 이유를 나열했고,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군 입대를 신청했다. 입영 사실을 모두에게 말하지 않고 홀로 떠나려 했던 그에게 지안이 마중을 나왔다. 지안에게 태오는 “한송이가 좋아한 애가 너라서 참 다행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버스에 올랐고, 뒤늦게 송이와 훈, 가린이 뛰어 나와 태오를 배웅했다. 여전히 자신의 곁에 있는 친구들을 향해 태오는 “스물세 살에 만나자”라는 말과 함께 잠시 동안의 안녕을 고했다.
이렇게 최민호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따뜻한 눈빛과 감정, 그리고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괴로움, 자신의 마음을 뒤늦게 깨달은 후 연인에게 느낄 수밖에 없는 미안함 등을 현실적이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연기로 표현하며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친구로만 느껴졌던 송이에 대한 마음을 깨닫고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감정을 아주 작은 변화까지 섬세하게 캐치해내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윤태오라는 캐릭터가 최민호라는 연기자를 만나 생동감 넘치는 매력적인 인물이 된 것이다. 어느덧 배우로서 훌쩍 성장한 최민호. 그가 앞으로 보여줄 연기자로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 nim0821@osen.co.kr
[사진] ‘처음이라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