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위해서라면 딸도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비상식적인 행동을 일삼던 신은경의 충격 과거가 드러나면서, 조금씩 동정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회 조금씩 축적되어 오던 광기가 조금씩 터지기 시작한 신은경의 소름 돋는 연기력에 시청자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 14회에서는 그간 범인과 함께 큰 궁금증을 유발했던 김혜진(장희진 분)의 친모가 밝혀졌다. 한소윤(문근영 분)이 예상하던 뱅이아지매 정임(정애리 분)이 아닌 윤지숙(신은경 분)이었던 것.
사실 지숙은 혜진 친모 후보로 늘 거론이 되어 왔다. 하지만 두 사람의 나이나 김혜진이 지숙의 남편인 서창권(정성모 분)과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 때문에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파브리병을 통해 혜진과 가영(이열음 분)이 아버지가 같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마을 여자들을 겁탈한 성폭행범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지숙 역시 그 연장선장에 놓였다. 게다가 지숙이 늘 죽은 딸의 환영을 봐왔고 혜진이라는 이름에 심각할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는 점 또한 지숙을 의심케 만들었다.
그리고 이날 방송에서 그간의 의문이 드디어 풀렸다. 지숙은 너무 어린 나이에 원하지 않던 아이를 몰래 낳았고, 엄마 정임에게 “괴물이 나왔어”라고 말했다. 치마에 피가 잔뜩 묻은 상태에도 아무렇지 않게 그림을 그리는 어린 지숙의 모습은 섬뜩함 그 자체였다. 이어 앞서 공개된 바 있는 핏덩이의 갓난아이를 보며 놀라는 정임의 모습이 더해졌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동생인 주희(장소연 분)를 비롯해 서창권, 시어머니(김용림 분)도 지숙과 혜진의 관계를 알고는 치를 떨었다. 그리고 소윤 역시 병원 기록을 통해 지숙이 혜진의 친모이며, 과거 혜진에게 신장을 떼주려고 했음을 알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혜진이 죽게 된 이유인데 지숙은 자신을 찾아온 소윤 앞에서 분개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압권은 광기에 휩싸인 신은경의 소름 돋는 연기였다. 그간 지숙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정도로 자상한 면모를 보였다가 금방 이죽거리면서 서슴없이 독설을 내뱉어 왔는데, 신은경은 이 두 가지 모습을 너무나 완벽하게 소화해왔다. 특히 문근영 앞 자신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낼 때는 소름 끼칠 정도로 냉혹했다. 또 “소름끼치게 무서운 아이다”, “더러워. 끔찍해. 그 아이 사람인 줄 아냐. 그 아인 괴물이다”며 혜진을 설명할 때는 그가 끔찍한 과거로 인해 얼마나 고통 받아왔는지를 단적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평화로운 마을인 줄 알았던 아치아라가 사실은 가장 혐오스럽고 끔찍한 범죄들을 안고 있고, 또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를 숨기려 했다는 진실이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가영 엄마(우현주 분)는 딸의 죽음을 계기로 성폭행범을 신고하기로 마음 먹었다. 드디어 입을 여는 사람이 생겨난 것. 과연 이는 앞으로 어떤 파장을 일으키게 될지, 또 누구보다 혜진과의 관계를 숨기고 싶어하는 지숙은 또 얼마나 광기에 사로잡히게 될지, 이제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마을’의 결말에 기대가 더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마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