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리화가'(이종필 감독)의 초반 장면들을 보다 보면, 예상보다 더 꾀죄죄한 여주인공 수지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국민 첫사랑' 수지가 아닌가. '도리화가'의 티켓을 사는 관객들은 판소리를 하는 수지의 미모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대가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관객들은 오히려 그 미모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까 의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수지에게 중요한 것은 미모에 대한 관심을 연기로 돌리는 일일 터.
결과적으로 수지는 '예쁨'을 벗고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캐릭터의 순박함을 더 강조해주는 전라도 사투리부터, 관객들로 하여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판소리 실력, 순수한 한 소녀가 스승을 존경하고 연모하기까지의 과정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연기력까지 기대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속 수지의 얼굴에는 검은 때가 묻어있다. 부억데기로 불을 짚이는 등 집안일을 하다보니, 얼굴에는 얼룩이 묻어있을 수 밖에 없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소리를 지르고, 남장을 하고 얼굴에 수염도 붙인다. 건강을 위해 의문의 물을 마시는 장면은 실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보는 이들을 웃게 하는 웃음 포인트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서는 수지의 뾰루지(?)도 볼 수 있다. 수지는 최근 진행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뾰루지도 의도한 것인가?"라는 농담섞인 질문에 대해 "진짜 뾰루지다. 그날 뾰루지가 났었다"고 부끄러운 듯 대답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외모보다는 진채선이라는 인물을 그리는 데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수지의 타고난 미모가 어디론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쁜 얼굴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다. 심청이도 춘향이도 될 수 있는 진채선처럼 그는 배역에 밀착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몰입을 끌어낸다.
가수 출신 배우들이 가수의 이미지를 벗어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로코퀸'으로 드라마계를 장악한 황정음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수지는 첫 작품에서부터 가수 딱지를 떼고, 영화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 작품인 '도리화가'는 그런 수지에게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굳힐 수 있는 기회다.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고, 배우라는 타이틀을 한 층 더 공고히 할 수도 있다. 이는 관객들의 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
두 번째 영화를 선보이기까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도리화가'는 여러가지 고민들 속에서 선택된 작품이다. '건축학개론'에서 신인 연기자로 흥행에 대한 부담을 크게 안을 필요는 없었다면, 이번에는 흥행에 대한 수지의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과연 '예쁨'을 벗은 수지에 대해 관객들은 어떤 응답을 해줄까? /eujenej@osen.co.kr
[사진] '도리화가'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