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문근영이 소름 돋는 연기력으로 대체 불가 여배우의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 14회에서 한소윤(문근영 분)은 아가씨(최재웅 분)의 가짜 문자 메시지에 속아 감금 당하고 말았다. 이 때 아가씨는 소윤에게 약을 조금씩 투약하며 “서서히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문근영은 다급한 상황 속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도 아가씨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소윤의 강단 있는 모습을 몰입도 있게 그려내 극적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또한 약으로 인해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 힘든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하려 몸을 흔들며 안간힘을 쓰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의자를 바닥에서 분리시키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안타깝게 만들었다. 현실인지, 드라마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생사를 넘나드는 열연을 펼친 문근영에 호평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
게다가 다시 만난 아가씨 앞에 손을 모으고 서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며 두려워하는 모습은 소윤이 느끼고 있는 극한의 공포를 여실히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아가씨에게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두려워하는 건 내 의지니까. 내 삶은 내 의지로 결정한다. 당신한테 다른 사람 삶을 결정할 권리 따윈 없다. 착각하지 마라”고 따끔하게 일갈을 해 속 시원한 여주인공 면모를 과시했다.
소윤은 “누군가 날 부르는 것 같아”라는 말과 함께 아치아라에 입성해 우연히 암매장된 백골 사체를 발견하면서 언니인 혜진(장희진 분)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극 초반의 소윤은 우재와 마찬가지로 관찰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더듬어가는 인물이기 때문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추악한 비밀을 숨기고 있고, 이것이 혜진의 죽음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간파한 뒤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사건 안으로 뛰어들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물세례와 따귀를 맞으면서도 진실 찾기를 그만두지 않고 오히려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울림을 선사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문근영은 두려움, 긴장, 분노 등 소윤이 마을 안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섬세한 표정과 절제된 카리스마, 날카로운 대사로 전달하며 드라마의 참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제 혜진의 충격적인 출생의 비밀이 모두 밝혀진 가운데 혜진을 죽인 범인은 누구일지,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마을’에서 문근영은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 궁금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마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