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이 부모가 가족을 책임져온 생업 노하우를 자녀에게 전수하고, 자녀는 어설프더라도 최선을 다해 그 노하우를 이해하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통해 부모와 자녀가 진심으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그리며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26일 방송된 MBC ‘위대한 유산’은 지난 추석 특집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으로 출발,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얻어 정규 편성됐다.
이날 방송의 포문을 연 건 감독 임권택과 배우 권현상이었다. 권현상은 평생 자신의 이름보다는 누군가의 아들로 불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살아왔다. 특히 그가 배우로 데뷔한 후로는 아버지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한 번도 공식석상에 함께 오른 적이 없었고, 일부러 그런 자리를 조심하고 피해왔다. 이런 그가 ‘위대한 유산’에 출연을 결심한 건 가족과 보낼 시간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권현상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아버지와 함께 보낼 시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함께 집에 있으면서도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냈고, 나누는 대화조차도 적었다. 하지만 권현상은 아버지와 함께 할 일들에 대해 고민했고, 두 사람은 낚시를 가기로 약속했다. 이런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내심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배우 강지섭은 43년 경력의 중식 요리사인 아버지와 함께했다. 어릴 때는 늘 몸에 배어 있는 자장면 냄새가 싫어 친구들과 싸우기도 했던 그는 어른이 되어 가장으로서 아버지가 느꼈을 책임과 무게를 느끼고 있었다. 이런 그가 아버지의 음식 배우기에 나섰다. 그러나 아버지는 좀처럼 그의 주방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고, 강지섭은 청소와 양파 까기, 음식 배달 등을 도맡아 해야만 했다. 아들이 하는 행동이 성에 차지 않는 아버지는 몇 번이고 그에게 호통을 쳤다.
AOA 찬미는 미용실을 운영하시는 어머니의 일을 도왔다. 안정된 미래를 위해 미용사 일을 전수받고 싶어 하는 찬미에게 어머니는 첫날부터 그에게 가위를 쥐어주며 손님의 머리카락을 자르도록 권했다. 이런 어머니의 스파르타식 교육에 찬미는 첫날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하루의 일과를 마친 후 두 사람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눴다. 혼자 힘으로 자신을 비롯한 세 자매를 길러 낸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란 찬미는 하루빨리 엄마의 짐을 덜어주고 싶어 했고, 생각지 못한 딸의 말에 엄마는 눈시울을 붉혔다.
부활 김태원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 우현과 함께 가을 소풍에 나섰다. 김태원이 아들과 처음으로 싼 도시락을 들고 밖으로 나선 건 그에게 자전거 타기를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자전거를 타며 느낄 수 있는 낭만을 알려주고 싶었던 김태원은 자전거를 타기 싫어하는 아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잇따른 노력 끝에 우현은 끝내 자신의 힘으로 페달을 밟았고, 이런 아들의 옆에서 김태원은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끝까지 자전거를 쫓아갔다. 우현의 모습에 희망을 본 김태원은 아들과 함께하는 자전거 여행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날 ‘위대한 유산’은 연예인 가족 이야기를 떠나 바로 우리, 그리고 모두의 가족과 닮아있는 부모와 자식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시청자들의 많은 공감을 샀다. 얼마 남지 않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하는 그야말로 ‘착한 예능’이었다.
한편 ‘위대한 유산’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일을 하면서 서로 이해하는 과정을 담는 가족 예능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사진] ‘위대한 유산’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