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반전상? 파격 수상 셋 [청룡 다시보기③]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11.27 06: 52

청룡영화상은 반전상이었다.
지난 26일 오후 8시 45분부터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은 비교적 받을 만한 영화에 상을 주며 관객들의 공감을 샀다.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작품들에 무조건 수상을 하기보다는, 비평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작품들에도 상을 주며 균형 있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예상치 못했던 작품이나, 배우들이 상을 받는 경우들이 있었다. 훌륭한 연기와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많은 관객에게 보이지 못해 아쉬움을 샀던 배우들과 영화들이었다. 파격적이라 더 감동적이었던 청룡영화상의 선택을 세 항목으로 정리해봤다.
◆ 여우주연상은 흥행순이 아니잖아요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배우 이정현이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파격 중의 파격이었다. 이정현은 연기에서 만큼은 다른 네 후보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호평받았지만, 상황적으로는 확실히 수상과 가장 먼 위치에 있어 보였던 게 사실이다.
전지현은 올해의 천만 영화 '암살'에서 1인 2역으로 호평을 받았고, 제52회 대종상영화제에서도 같은 부문에서 수상했다. '무뢰한' 전도연은 이미 연기에 대해서는 '넘사벽'의 위치에 있는 대선배고, 한효주 역시 '뷰티 인사이드'로 인기와 호평을 동시에 받았다. 게다가 '차이나타운' 김혜수는 22년째 청룡영화상의 MC를 하는 '청룡의 여인'이 아닌가.
그러나 청룡영화상은 가장 불리해 보였던 이정현의 손을 들어줬다. 수상 직후 이정현은 눈물을 흘리며 "수상할 줄 생각 못 했다. 너무 작은 영화라. 너무 감사드리고, '꽃잎'으로 96년에 오고, 20년 만에 청룡에 와서 너무 재밌게 즐기고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상까지 주시고, 너무나 감사드린다"고 감동적인 소감을 전했다.
◆ 작은 '거인'의 2관왕
작은 영화 '거인'은 신인감독상과 신인남우상으로 2관왕을 했다. 트로피 개수로만 보자면 최우수작품상과 기술상을 탄 '암살'과 같은 결과다.
'거인'은 무책임한 아버지를 떠나 보호 시설에서 생활하는 17살 소년 영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최우식은 주인공 영재 역을 맡아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평단의 호평을 끌어냈다. 앞서 최우식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거인'으로 올해의 배우상을 탔고, 제3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도 신인남우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최우식과 경쟁을 벌였던 후보들은 '스물' 강하늘, '소셜포비아' 변요한, '악의 연대기' 박서준, '강남 1970' 이민호 등이다. 모두 인기에서나 연기에서나 쟁쟁한 후보들인데, 하나의 작품에서 선보인 연기로 수상자를 가린 청룡영화상의 선택이 당연하면서도 신선하다. 거기에 연출자 김태용 감독 역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니, '거인'으로서는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첫 주연작으로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최우식의 "할 말을 까먹었다"는 수상소감은 배우에게 느껴진 이 상의 무게가 얼마만큼인지를 보게 했다.
◆ 정치·이념은 상관無..'소수의견' 각본상
'소수의견'의 김성제 감독과 손아람 작가가 각본상을 받은 것은 사건 중의 사건이었다.
'소수의견'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대한민국 사상 최초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과 검찰의 진실공방을 둘러싼 법정드라마다. 이 영화는 웰메이드라는 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둘러싼 정치적인 논쟁으로 인해 빛을 많이 보지 못했던 작품이다. 개봉이 되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렸을 정도.
사실 청룡영화상은 비교적 공정하다는 평을 듣지만, 주최사가 스포츠조선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적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그런데도 '소수의견'이 '카트', '베테랑', '암살', '사도' 등의 영화를 뚫고 각본상을 받은 것은 의미 있는 성과다.
수상자 역시 예상 못했던 결과임은 분명하다. 손아람 작가는 "친구들이랑 내기를 했는데 '소수의견'에 안 걸어 10만원을 잃었다. 감사하다"며 스스로도 자신의 영화가 수상을 못한다는 쪽에 내기를 걸었던 사실을 알려 웃음을 줬다. 반전 결과가 아니라 할 수 없다.
한편 제36회 청룡영화상은 '암살'이 최우수작품상,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다. 시상식의 꽃인 남녀주연상은 '사도'의 유아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정현이 받았다. 이어 남녀조연상은 '국제시장'의 오달수, '사도'의 전혜진에게 돌아갔으며 신인남우상은 '거인'의 최우식, 신인여우상은 '간신'의 이유영이 받았다. /eujenej@osen.co.kr
[사진] OSEN DB, 제36회 청룡영화상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