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3년차 유아인, 이젠 '갓아인'으로 [청룡 다시보기②]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5.11.27 06: 52

유아인이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마침내 올 한해 활약을 인정받았다. ‘베테랑’에 이어 ‘사도’까지 연달아 흥행시킨 덕에 나왔던 ‘올해는 유아인의 해’라는 말에 방점을 찍은 것. 나이 만 29세, 연기경력 13년차 만에 배우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의 활약을 그 누가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유아인은 지난 26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 36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사도’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암살’ 이정재, ‘베테랑’ 황정민, ‘사도’ 송강호,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정재영과 같은 이름만 들어도 대단한 배우들이 같은 후보에 올라있었지만, 유아인의 수상에 의문을 가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을 터. 그만큼 유아인은 뛰어난 연기력은 물론, 자신만의 분위기와 매력으로 배우로서 입지를 탄탄히 했다.
이날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아들고는 한참을 민망한 듯 머리를 매만지던 유아인은 “이런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 청심환을 먹고 왔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난 항상 이런 게 부끄럽다. 민망하고 나서기 싫은 순간이 더 많다. 부끄러운 일로 매 순간 성장하고 다그치고 또 성장하는 인간, 그런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도 겸손하기만 한 그의 소감에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베테랑’에서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안하무인 재벌 3세 역의 조태오를, ‘사도’에서는 왕이기 보다 사람이고 싶었던 사도세자를 연기한 유아인. 그가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놀라울 정도로 집중하는 몰입력이다.
두 캐릭터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이지만, 이를 연기하는 단 한 명 유아인은 실제로 다른 사람이 된 듯 이들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그가 “맷돌 손잡이가 뭔지 알아요? 어이라고 해요. 맷돌을 돌리다가 손잡이가 빠져 그럼 일을 못하죠? 내가 지금 그래. 어이가 없네?“라고 말하며 빈정거리는 장면은 ‘베테랑’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히기도 한다. 단순히 인상 깊은 대사뿐만이 아니라, 이를 쫄깃하게 치는 유아인의 연기톤과 실감나는 표정이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혔기 때문이다.
‘사도’에서도 마찬가지. ‘역사가 스포’라는 말처럼 이미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였지만, 한 작품 안에서 수십 가지의 감정을 표현해내며 사도 세자라는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놓은 유아인 덕에 보는 이들 역시 지루할 틈 없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난 2003년 성장 드라마 ‘반올림’으로 혜성 같이 등장했던 유아인은 이제 ‘충무로 대세’이자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로 불리며 자신의 이름 석 자의 값을 높였다. 오로지 연기만으로 승부하는, 그러면서도 변화를 게을리 하지 않는 그의 앞날은 여전히 창창하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OSEN DB(위)·SBS 방송화면 캡처(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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