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진정한 축제의 장 만든 한 마디[청룡 다시보기④]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5.11.27 06: 52

“저는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정말 좋습니다. 정말 상 잘 주죠?”
제 36회 청룡영화상의 MC로 나선 김혜수가 영화 ‘암살’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자 던진 한 마디.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작품에 대한 축하와 함께 시상식의 공정함을 강조하는 그의 속 시원한 멘트에 대중들도 응답했다. 그것 참 ‘사이다 같은 말이네’라고.
이러한 그의 멘트에 유독 관심이 쏠리는 것은 앞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제52회 대종상 영화제를 겨냥한 듯한 뉘앙스가 담겨있기 때문일 터. 지난 20일 열렸던 대종상 영화제는 남녀주연상, 조연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 수상 후보들이 대거 불참하는 파행을 빚었다. 그 이유는 표면적으로 배우들의 스케줄 상 문제였으나, 사실은 대종상 측의 ‘참가상’ 발언이 발단이 됐다.

대종상 영화제 측이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결정했다”는 방침을 밝히며 시상식의 권위를 스스로 낮췄다는 비난을 받았고 결국에는 배우들 역시 보이콧 아닌 보이콧을 선언하기까지에 이르게 된 것.
또한 김혜수의 발언에는 두 시상식에 대한 수상 결과의 만족도 차이도 담겨있다. 대종상에서는 흥행 성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었던 '암살', '베테랑'이 각각 1관(여우주연상)과 무관에 그친 반면, 청룡영화상에서는 올해를 대표하는 흥행작으로 꼽히는 ‘사도’,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이 골고루 상을 나눠가지며 대다수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
비주류 영화도 외면하지 않은 공정성 또한 빛을 발했다. 특히 최우식은 ‘스물’의 강하늘,  ‘악의 연대기’의 박서준, ‘소셜포비아’의 변요한, ‘강남 1970’의 이민호와 같은 그야말로 ‘대세 스타’들을 제치고 영화 ‘거인’으로 신인남우상을 차지했으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정현은 ‘차이나타운’ 김혜수, ‘암살’ 전지현, ‘무뢰한’ 전도연, ‘뷰티 인사이드’ 한효주의 어마어마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품에 안으며 이를 입증했다. 이정현 역시 “쟁쟁한 선배님들이 계셔서 전혀 수상 생각을 못했다. 너무 작은 영화라”라며 예상치 못한 수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
이처럼 김혜수는 짧지만 강한 진심이 담긴 단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정리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그는 MC인 동시에,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당사자로서 이 같은 생각을 드러내기 쉽지 않았을 터. 그럼에도 영화계에 몸을 담고 있는 배우로서, 22년 동안 청룡영화상과 함께해온 안방마님으로서 순수한 기쁨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시상식이라는 것이 본래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임에도, 이번 청룡영화상은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한 부분이 눈에 띈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위)‧SBS 방송 화면 캡처(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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