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위대한 유산' 뭉클 가족 예능, 정규 편성 참 잘됐다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11.27 06: 51

품안의 자식도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된다. 그리고 어느덧 사회인으로 성장한 자녀는 부모의 품을 떠나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늘 버팀목이자 가림막이 되어줬던 부모 대신 스스로를 책임지기 시작하며 자식은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그와 동시에 부모라는 존재의 위대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부모와의 시간은 바쁜 일상과 갖은 핑계들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다.
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함에 자라나는 자식의 모습을 보면서도 당장 눈앞에 처한 일을 처리하기에 바빴고, 자식과의 시간은 뒷전이 됐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이 우리의 인생에서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다.
지난 26일 첫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위대한 유산’에서는 이런 현실을 깨달은 이들이 부모 혹은 자식과 시작하는 밀도 높은 동행의 첫 발걸음이 그려졌다. 

이날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배우 권현상이었다. 영화감독 임권택의 아들인 그는 평생 자신의 이름보다는 누군가의 아들로 불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살아왔다. 특히 그가 배우로 데뷔한 후로는 아버지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한 번도 공식석상에 함께 오른 적이 없었고, 일부러 그런 자리를 조심하고 피해왔다. 이런 그가 ‘위대한 유산’에 출연을 결심한 건 가족과 보낼 시간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권현상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아버지와 함께 보낼 시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두 사람은 함께 집에 있으면서도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냈고, 마치 묵언수행을 하듯 집안은 적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권현상은 아버지와 할 일들에 대해 고민했고, 두 사람은 낚시를 가기로 약속했다. 이런 아들의 제안에 무뚝뚝한 아버지는 내심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배우 강지섭은 43년 경력의 중식 요리사인 아버지와 함께했다. 어릴 때는 늘 몸에 배어 있는 자장면 냄새가 싫어 친구들과 싸우기도 했던 그는 어른이 되어 가장으로서 아버지가 느꼈을 책임과 무게를 깨닫게 됐다. 이런 그가 아버지의 음식 배우기에 나섰다. 그러나 아버지는 좀처럼 그의 주방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고, 강지섭은 청소와 양파 까기, 음식 배달 등을 도맡아 해야만 했다. 아들이 하는 행동이 성에 차지 않는 아버지는 몇 번이고 그에게 호통을 쳤다.
AOA 찬미는 미용실을 운영하시는 어머니의 일을 도왔다. 안정된 미래를 위해 미용사 일을 전수받고 싶어 하는 찬미에게 어머니는 첫날부터 그에게 가위를 쥐어주며 손님의 머리카락을 자르도록 권했다. 이런 어머니의 스파르타식 교육에 찬미는 첫날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고,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두 사람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눴다. 찬미는 혼자 힘으로 자신을 비롯한 세 자매를 길러 낸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랐다. 이에 그는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엄마의 짐을 덜어주고 싶어 하는 듬직한 어른으로 성장해 있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딸의 모습에 엄마는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부활 김태원은 애착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 우현과 함께 가을 소풍에 나섰다. 지난 파일럿 방송에서 아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진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던 그는 그날을 계기로 우현과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었다. 소통이 어려운 아들을 이해하고 미처 모르고 있었던 아들의 모습을 발견한 그는 이제 우현과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았다. 김태원이 아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간 건 바로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자전거를 타며 느낄 수 있는 낭만을 알려주고 싶었던 그는 자전거를 타기 싫어하는 아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잇따른 노력 끝에 우현은 끝내 자신의 힘으로 페달을 밟았고, 이런 아들의 옆에서 김태원은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끝까지 자전거를 쫓아갔다. 우현의 모습에 희망을 본 김태원은 아들과 함께하는 자전거 여행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막상 시작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인데 우린 늘 시작하기 전부터 많은 핑계와 이유들로 가족과의 시간을 미뤄왔는지 모른다. 부모가 자식에게 있어 영원한 둥지이자 안식처이듯 자식 또한 언제든 부모의 손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그것이야말로 가족이 가진 힘이고, 가족이라는 존재 이유인 것이다. 하루 이틀 습관처럼 가족과의 시간을 미루는 현재에도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언제가 끝일지 모를 소중한 시간, 당장 지금이라도 부모 혹은 자식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 보는 건 어떨까.
한편 ‘위대한 유산’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일을 하면서 서로 이해하는 과정을 담는 가족 예능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사진] ‘위대한 유산’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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