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눈물이다.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정현이 수상소감을 밝히다 눈물을 보인 것. 특히 이정현은 다양성 영화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 시청자들로 하여금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역시 다양성 영화인 ‘한공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천우희를 떠올리게 했다.
지난해 12월 17일 열린 제3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은 ‘한공주’의 천우희에게 돌아갔다. ‘공범’의 손예진, ‘우아한 거짓말’의 김희애, ‘집으로 가는 길’의 전도연 등 내로라하는 선배 연기자와 크게 흥행한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을 제친 이변이었다.
천우희가 열연을 펼친 ‘한공주’는 열일곱 살 한공주(천우희)가 남학생들에게 성폭행을 당해 전학을 오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04년 경남 밀양의 고등학생 44명이 울산의 여중생을 1년간 성폭행한 충격적인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 고발적 성격의 영화다. 이 영화에서 천우희는 감정을 누르고 담담하게 한공주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청룡의 꽃이 된 당시 천우희는 “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 않은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라며 눈물을 흘리며 수상 소감을 이어나갔다. 그는 “포기하지 말라는 뜻으로 상을 주신 것 같다. 앞으로 의심하지 않고, 자신감 가지고 열심히 배우하겠다. 독립영화, 예술영화의 가능성이 더 열리면 좋겠다”는 의미 있는 말을 던졌다. 곱게 한 화장이 지워질 정도로 많은 눈물을 흘린 천우희였지만 누구보다도 아름다워 보인 것은 그녀의 진심 어린 수상소감 때문이었다.
천우희의 뒤를 잇는 청룡의 꽃은 이정현이 됐다. 이정현은 지난 26일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에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무뢰한’의 전도연, ‘뷰티 인사이드’의 한효주, ‘암살’의 전지현을 제치며 지난해의 이변이 재현됐다. 이날 이정현 역시 수상을 예측하지 못한 듯 “너무 작은 작품이라 상을 받을지 몰랐다”며 많은 눈물을 쏟았다.
이정현이 여우주연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저 열심히 살면 행복해질 줄 알았던 수남(이정현 분)의 파란만장한 인생역경을 그린 생계밀착형 코믹잔혹극. 그는 지난 1996년 ‘꽃잎’으로 제17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데 이어 이 영화로 무려 19년 만에 다시 청룡의 수상대 앞에 서게 됐다.
무대에 오른 이정현은 “고생한 스태프분들 감사드리고 이것을 기회로 다양성 영화들이 좀 더 많이 사랑받아서 한국 영화도 더욱 더 발전되면 좋을 것 같다”고 역시 의미 있는 말을 던졌다.
천우희와 이정현, 두 여배우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다양성 영화에 대한 관심을 제고한 것은 물론 흥행 여부를 떠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많은 배우들에게 큰 격려와 위로가 됐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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