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응팔' 혜리에게 반할 줄이야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5.11.28 08: 08

뚜껑을 열기 전엔 몰랐다. 이렇게 잘할 줄.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혜리에게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은 맞춤옷이었다. 특유의 목소리부터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뒷모습까지 혜리 그 자체였고,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캐스팅 당시 불거졌던 논란은 첫 등장으로 말끔하게 사라진 모습이다.
혜리는 '응답하라 1988'의 거침없이 망가지며, 무대 위의 화려한 아이돌이 아닌 1988년 쌍문동 골목을 주름잡던 여고생으로 변신했다. 첫사랑 선우(고경표 분)의 마음을 착각하며 혼자 설레하고, 그가 언니 보라(류혜영 분)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한바탕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정환(류준열 분)과는 매일 티격태격하고, 보라와 전쟁이라도 난듯 소리를 지르고 몸싸움까지 벌이는 덕선. '응답' 시리즈의 어떤 여주인공보다 많이 망가지고 또 매력적이다.

혜리의 캐스팅에 우려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12년 드라마 '맛있는 인생'을 통해서 연기를 시작한 혜리는 종합편성채널 JTBC '선암여고 판정단', SBS '하이드 지킬, 나'를 통해 연기자로도 꾸준히 활동했다. 하지만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때문에 '예능돌' 이미지가 강했고, 혜리의 연기에 대한 믿음이 쌓이기도 전이었다. 우려 속에서도 신원호 PD의 선택은 옳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응답하라 1997'을 통해 정은지를 발굴했던 신 PD는 이번 작품으로 연기자 혜리라는 새 옷을 지어준 셈이다.
혜리가 더욱 매력적인 것은 거침없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워낙 성덕선 캐릭터와 이미지가 잘 맞아 철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속 깊고, 발랄한 덕선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캐릭터와 부합하는 혜리의 유쾌한 에너지에 반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혜리의 연기는 꾸밈이 없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는 것.
그렇다고 망가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첫 회부터 보여준 묵직한 감정연기도 성공적이었다. 펑펑 울면서 둘째의 설움을 표현한 혜리는 더욱 예뻐보였다. 지금보면 매우 촌스러워보이는 오색찬란한 화장을 한 혜리는 유독 사랑스러웠다.
더불어 쌍문동 4인방과의 '케미'도 좋다. 친구들의 말에 휩쓸려 피어나게 된 첫사랑 선우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이스크림으로 파랗게 물든 입을 '앙' 다물거나 택(박보검 분)에게 귀엽게 장난치고, 동룡(이동휘 분)과 열심히 춤을 추는 모습까지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특히 시청자들은 정환이 덕선을 좋아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러브라인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또 성동일과 이일화의 네번째 '개딸'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말이지 반하지 않을 수 없다.
혜리의 소속사 관계자는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에게 개인 레슨 식으로 연기 지도를 받고 있다. 연출가하고 작가한테 의지하는 부분이 크다. 거의 일주일 매일을 빡빡하게 촬영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촬영장에서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하고만 생활하고 있어 인기는 피부로 전혀 체감을 못 하는 듯 하다"라고 밝혔다. /seon@osen.co.kr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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