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조곤조곤 조심스럽게 말을 잘했다. 수상을 축하한다는 말에 "감사하다"면서도 "너무 모르겠다. 너무, 민망하고 못한 거 같아서 앞으로 진짜 잘하려고 노력해야될 것 같다"고 정말로 민망해 하는 목소리에서 순수함이 느껴졌다. 배우 이유영은 그런 사람이었다. 배우라는 꿈을 꾸기 시작한 순간, 어떻게 해야 배우가 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연기에 대한 열망 하나로 생업을 포기하고 부딪혔다. 한예종에 들어가고, 단편 영화를 찍었던 지난 7년의 시간은 그에게 메이저 영화 배우로의 데뷔를 기다리는 지루하고 고통스런 시간이 아니었다. 그저 연기를 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이유영은 27일 OSEN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실감이 많이 안 난다. 애들이 축하한다고 그러면 '다들 이게 무슨 일이야' 계속 이러고 있었다"며 들뜬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지난 26일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간신'으로 신인여우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제52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봄'으로 신인여자배우상을 수상한 지 딱 1주일 지난 시점이었다.
신인상 수상 직후 단상에 올라간 이유영은 "감사하다. 저는 저번주에 '봄'으로 상을 받고, 이번 주에 '간신'으로 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고, 쟁쟁한 후보들 속에서 상 못받을 줄 알았다. 수상소감 준비 못했는데 감사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뒤에서 온몸을 던져가며 연기한 주많은 여배우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 7년 전에는 미용실에서 헤어스태프를 했는데 생업을 포기하고 이렇게 연기자가 되고 싶어서 힘든 시간이었지만 즐기려고 노력했다. 좋은 시작을 할 수 있게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즐기도록 노력하겠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감동적인 수상 소감은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유영이라는 배우는 대중에게 다소 낯선 이름과 얼굴이다. 하지만 경력이나 수상기록을 보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실력파인지 짐작할 수 있다. 2014년 영화 '봄'으로 장편 영화에 데뷔한 그는 제14회 밀라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입증받았다. 이어 제6회 '올해의 영화상' 여우신인상을, 제24회 부일영화제에서 여자 신인연기자상을 수상했다. 거기에 대종상영화제와 청룡영화상 트로피까지 포함하면 지난해와 올해 총 5개의 상을 받았다. "없던 상복이 뒤늦게 오니 한꺼번에 들어온다"는, 이 겸손한 신인 여배우와의 짧은 인터뷰를 정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2)
-주변인들의 축하는 많이 받았나? '간신'의 배우나 감독님들의 반응은 어땠나.
상복이 중·고등학교때는 그런 게 없어서 많이 못 받았다. 사람들이 없던 상복이 오니 한꺼번에 줄줄이 들어오나보다 그러더라.(웃음) 민규동 감독님('간신' 연출자)이 TV를 보셨나 보다. 상을 받고 난 후 '신인상은 한 번밖에 못 받는 거다. 오늘을 마음껏 즐겨. 정말 고생 많았는데, 작은 위안이 되길. 상심하셨던 어머니께도 잠시 위로가 되길'이라고 문자를 보내셨다. 평생 한 번 받는다고 문자가 수백통씩 와 있다.
-'간신'을 찍으며 겪었던 힘듦이 좀 씻겨나가던가?
'간신'이 개봉한 지가 꽤 됐고, 영화 촬영을 한 지는 1년이 돼서 힘든 건 잊은 상태다.(웃음) 힘든 게 남아있는 건 없었는데, 그것보다 되게 부끄러웠다. 내가 스스로에게. 다른 분들은 축하해 주시고, 너무 잘한다고 말씀해주시지만, 나는 내가 돌이켜봤을 때, 촬영하면서 감독님께 힘들다고 툴툴 거렸던 것도 생각나고, 더 잘할 수 있었던 장면들에서 너무 연기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아서 스스로가 부끄럽더라.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지금은 모든 일들이 다 신기하고 새롭고, 다 새롭고 저에게는 너무 떨리고 긴장되고, 그렇다. 왜 이렇게 떨리지 하면서도 나중에는 떨고 싶어도 안 떨릴 때가 올 거 같다. 평생 이 떨림을 가지고 배우 생활을 하고 싶고, 지금의 이 순수함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제일 크다. 최대한 순수하고 솔직하게 연기할 수 씨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 욕심이 클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를 잘하고 싶어서 이렇게 말하는 거다.
-롤모델이나 존경하는 배우가 있나?
좋아하는 배우는 많다. 롤모델이라고.미래의 배우상을 제가 뭘 원하는 지까지는 모르겠다. 어제 상 타신 이정현 선배님도 평소 좋아하는 배우였다. 그 밖에도 전도연 선배님, 엄지원 선배님, 김민희 선배도 너무 좋다. 나는 예쁜 사람도 좋고 연기 잘하는 사람도 좋다. 여배우들한테 관심이 많다.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찍었는데, 제목이 아직 없다.(웃음) 그 외에는 차기작이 없다. 홍상수 감독님 영화는 대본이 숙지가 안 돼서 나에게는 모험이면서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내가 영화에 피해만 안 입히면 좋겠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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