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늘 찡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한결 같이 자식 뒷바라지만 하는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의 애틋함 역시 마음을 크게 울린다.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응팔’)은 첫 방송부터 가슴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해왔다.
어른이기에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야 하는 부모님, 단단하게 여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엄마가 매일 그리운 18살 소년, 돈 때문에 매일 싸우지만 결국 안아줄 수 밖에 없는 부부의 정, 자식 일이라면 발톱이 깨져 피가 나도 아픈 줄 모르는 엄마,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엄마 앞에서는 눈물부터 터져 나오는 여린 딸 등 말만 들어도 눈물부터 나는 가족의 뭉클하고 정감 가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지난 27일 방송된 7회에서는 바둑천재 최택(박보검 분)과 그의 아버지인 최무성(최무성 분)의 가슴 찡한 사연이 공개돼 안방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어려서 엄마를 여윈 뒤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쌍문동으로 이사를 온 뒤에는 늘 덕선(혜리 분), 선우(고경표 분), 정환(류준열 분), 동룡(이동휘 분)과 함께하긴 했지만, 가슴 한 켠에 자리잡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그 무엇으로도 지워낼 수 없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하나밖에 없는 아들 택은 무성에게 삶의 모든 것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무성의 부성애를 극찬했지만, 정작 무성은 자신 때문에 택이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컸다며 속상해했다. 그는 인터뷰 자리에서 택의 태몽이나 태어난 시각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충격에 휩싸였다. 무성의 속내를 전해 들은 선우의 엄마 선영(김선영 분)이 “아빠들은 원래 잘 모른다”, “택이도 아빠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다 안다”고 위로의 말을 건네도 그는 “아빠는 아무 쓸 데가 없다”, “내 새끼 불쌍하다”며 오로지 택이 걱정만 했다.
이 같은 무성의 부성애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또 한 번 먹먹하게 했다. 특히 생애 처음으로 선물을 건네며 “제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아시죠?”라고 말하는 택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무성의 모습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운 감정을 동반했다. 결국 무성은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 채 “아빠는 우리 택이 밖에 없다”고 하며 택을 꼭 끌어안고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극 말미 택은 박기자(박지윤 분)로부터 비디오 테이프 하나를 선물 받았는데, 이 안에는 무성이 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이 담겨져 있었다. 이를 접한 택이가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안방에 큰 여운을 남기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단순히 웃고 즐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가족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지를 마련해주는 ‘좋은’ 드라마라며 극찬이 쏟아졌다.
최무성과 박보검의 부자 호흡 역시 일품이었다. 최무성은 전작들에게 소름 끼치는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착하고 순박한 아버지를 완벽하게 소화해 극적 몰입도를 높였다. 또 박보검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은 깊은 눈망울과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순진한 표정 등으로 여심을 자극, ‘훈남 기대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응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