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능력자들', 우상은 덕후를 춤추게 한다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11.28 06: 56

시종일관 차분한 얼굴과 태도로 자신의 능력을 얘기하던 덕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박수를 쳤다. 바로 자신의 눈앞에 존경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우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능력자들’에서는 덕후들의 세 번째 정기모임이 그려진 가운데 괴수 능력자 홍기훈씨가 출연했다.
홍기훈씨는 지금까지 ‘능력자들’에 출연한 덕후들 중에서도 최고령자로 등장과 동시에 눈길을 끌었다. 유치원 시절 공룡 영화를 보고 괴수에 관심을 갖게 된 후 30년 이상 한 길만 파 온 경력이 증명하듯 그는 괴수에 대한 이야기를 막힘없이 늘어놨다. 세계 괴수 영화 섭렵은 물론, 괴수 관련 피규어는 모두 모으며 만약 피규어가 나오지 않는다면 동호회 사람들과 피규어를 만들기도 한다는 그는 심지어 자체제작 영화를 기획 중이기도 했다. 덕후의 능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홍기훈씨는 괴수 영화 자료를 모두 스크랩해서 모아둔 것은 물론, 개봉 날 인증 사진을 찍고 여행도 괴수 영화를 제작한 나라를 찾아다녔다. 또한 한국에서 괴수 영화를 제작한 감독을 모두 만나보기도 했다. 이런 그는 우리나라 괴수 영화 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을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심형래 감독의 ‘디워’를 뽑았다. 특히 그는 한국 괴수영화의 살아있는 역사 심형래 감독에 대해 “심형래 감독님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뺄 수가 없다. 특히 ‘용가리’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 팬들을 모아 심형래 감독 다큐를 만들고 싶다며 블로그로 직접 연락이 온 적도 있다”라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렇게 괴수에 관해서라면 국내 1인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홍기훈씨를 위해 ‘능력자들’에서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바로 심형래 감독과의 만남이었다. 그의 등장에 홍기훈씨는 아이처럼 들뜬 모습으로 박수를 치며 반가워했고, 심형래 감독 역시 “영화 발표회마다 따라다녔다. 한국 전쟁 이후 능력자는 처음 본다. 괴물에 대한 건 최고일 것”이라는 말로 그의 능력을 극찬했다. 또한 영화를 만든 제작자도 갖고 있지 않은 캐릭터 상품을 비롯해 괴수에 관해서라면 모든 것을 갖고 있는 홍기훈씨에게 “훌륭하다. 이런 사람이 나와야 된다”며 연신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우상과 함께 자리한 것만으로도 벅찬데 그런 우상으로부터 찬사까지 받은 홍기훈씨는 이어진 테스트에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눈을 가린 후 괴수의 울음소리만 듣고 괴수 영화의 제목을 맞혀야 하는 쉽지 않은 테스트에서 그는 영화 제목은 물론 개봉년도, 감독 이름까지 줄줄이 맞히며 정답행진을 이어나갔고 과연 능력자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실력을 발휘했다.
이런 능력자에게 최근 ‘디워2’ 제작을 준비 중인 심형래 감독은 영화 개봉 시사회 초대는 물론 캐릭터의 1호 피규어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고, 이 말에 홍기훈씨는 어려운 문제를 맞혔을 때조차도 덤덤했던 표정을 풀고 너무나 기뻐했다. 비록 그는 지난 방송에 출연한 막걸리 능력자와 동률을 기록해 제 3대 능력자 도전은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능력자에게 있어 우상과 함께한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었고, 그가 준비하고 있다는 한국 괴수 대백과사전에 대한 동기 부여와 확실한 원동력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한편 ‘능력자들’은 취미와 즐길 거리가 사라져 삭막해진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자들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사진] ‘능력자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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