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출범 4주년을 맞는 날이다. 어처구니없는 방송 사고과 미숙한 운영으로 개국 첫 발을 불안하게 디뎠던 종편의 지난 4년을 돌이켜 보면 비교적 빠른 시간에 사회적 영향력을 키우며 큰 성장을 한 것은 분명하다.
물론 손석희 보도 부문 사장을 영입한 JTBC를 제외하고 TV조선, 채널 A, MBN 가릴 것 없이 자극적인 편파와 막말 보도로 시청률을 끌어올리는데 급급해 질적인 성장까지 이뤘는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종편의 선정적인 보도는 ‘뉴스+쇼’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이는 앞으로 종편이 공공재인 방송의 책임을 다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누가 종편을 보겠느냐는 부정적인 예측과 달리 기대 이상의 영향력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분명하다. 특히 ‘종편 같지 않은 종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JTBC는 일부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의 큰 성공으로 지상파 방송 부럽지 않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 JTBC의 신의 한 수, 손석희
손석희가 바뀔 것이냐, JTBC가 바뀔 것이냐. 손석희가 MBC의 품을 떠나 JTBC로 향했을 때, 호사가들은 후자보다는 전자를 예상했다. 가장 신뢰하는 방송인이자 공정한 보도의 상징이었던 손석희가 편파 보도의 온상이었던 종편으로 이적해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다. 허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손석희는 변하지 않았다.
2013년 9월 JTBC로 옮긴 손석희는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룸’을 진행했다. 2년이 지난 현재 ‘뉴스룸’은 보도 관련 영향력과 신뢰도 조사에서 지상파 방송을 제치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세월호 침몰 당시 손석희가 직접 팽목항에서 침착하게 진행을 이어가고, 이후에도 꾸준히 진상 규명 목소리를 전하는 방송으로 JTBC에 대한 신뢰도를 확 높이는 발판을 마련했다.
# ‘밀회’의 성공, 믿고 보는 JTBC 드라마
JTBC를 제외하고 종편은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는 보도 부문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초창기 드라마와 예능을 전투적으로 제작했지만, 약한 경쟁력으로 수익을 거두지 못하자 시청률을 쉽게 올릴 수 있는 자극적인 뉴스를 내세우는 ‘뉴스쇼’에 집중했다.
허나 다른 종편에 비해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 핵심 제작 인력을 영입하는데 집중했던 JTBC는 만성 적자에도 드라마와 예능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김희애와 유아인이라는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잡기 쉽지 않은 대박 카드로 ‘밀회’를 성공시켰다. 시청률 5%를 넘긴 것은 물론이고, 지상파 드라마를 뛰어넘는 화제성으로 ‘밀회’ 열풍을 이끌었다. 이후 완성도 높은 드라마이자 개성 강한 소재인 ‘라스트’, ‘디데이’, ‘송곳’ 등을 편성하며, 지상파와 다른 길을 걷는데 성공했다.
# 종편의 자부심, ‘냉장고를 부탁해’
JTBC가 내놓은 ‘냉장고를 부탁해’는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을 놀라게 한 예능이었다. 셰프의 경쟁을 내세워, 요리 방송의 인기의 불씨를 당겼다. 방송 흐름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던 지상파, 흐름을 만나면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 판을 키우는 케이블 방송의 뒤통수를 보기 좋게 쳤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큰 성공 이후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은 너나 할 것 없이 요리 방송을 내세웠고, 이 프로그램에서 뜬 셰프들은 각 방송사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예능 흐름을 선도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었던 지상파 방송사가 종편을 따라하기 시작한 셈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예능보다 시청률이 높게 나온다는 드라마와 맞붙어 지상파 방송국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월요일 오후 10시대에 방송되는 ‘냉장고를 부탁해’는 월화드라마 시청률 하락의 이유가 됐고, 종편의 ‘무한도전’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거물 유재석과 강호동의 이동
유재석이 JTBC 예능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에 출연한 것은 지상파 방송사를 충격에 빠뜨렸다. JTBC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이 유재석과 인연을 맺었던 PD들로 포진돼 있고, JTBC 예능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재석이 언젠가 출연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른 시점이 될 줄은 몰랐다는 것. 더욱이 강호동 역시 최근 ‘마리와 나’, ‘아는 형님’ 출연을 결정하며 생애 첫 비지상파 출격을 앞두고 있다.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두명의 톱 MC이자 송해와 함께 ‘국민 MC’ 이름표가 붙을 수 있는 예능인들의 JTBC 출연은 지상파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지상파 예능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그 경계가 무너지며 더 이상 지상파 프리미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기도 했다. 특히 JTBC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와 ‘히든싱어’ 등의 프로그램 포맷을 해외에 팔며 새로운 예능 명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OSEN DB,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