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우민호 감독)은 듣다보면 가슴을 찌르는 촌철살인 대사들이 많은 작품이다. 부패 정치인부터 권력에 기생하는 언론인, 정치 깡패 등 현실을 반영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다보니, 이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말들이 충격과 찔림을 준다. 그렇다고 '내부자들'이 어둡기만 한 영화인 것은 아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부딪히는 과정에서는 화학작용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의도치 않게 웃음을 주는 장면들이 많다. 그리고 그 웃음은 다시 한 번 강렬한 대사 한마디로 기억된다.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든 '내부자들'의 대사를 정리해봤다.
"모히토 가서 몰디브나 한 잔 하지", 안상구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극장을 빠져나오는 관객 중에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 대사를 한번쯤 읊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몰디브에 가서 모히토나 한 잔 하면서 살자"는 옛 인연 주은혜(이엘 분)의 말을 엉뚱하게 기억한 안상구(이병헌 분)의 이 대사는 그의 단순무식함과 인간미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로, 긴장감 가득한 영화에서 한바탕 큰 웃음을 선사한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이강희
오랜 시간 언론사 정치부 논설주간으로 정치인들에게 붙어 권력을 누려온 이강희(백윤식 분)가 자신의 스폰서인 오회장(김홍파 분)에게 말이다. 듣는 대중의 입장에선 부글부글 끓어오를 만큼 화가 나는 말인 동시에, 냄비처럼 뜨거웠다 금방 식어버리는 자신을 돌아보게도 하는 말이다. 이강희는 그 외에도 자신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긴 대사들을 통해 부패한 언론의 민낯을 보여준다.
"이런 여우같은 곰을 봤나?", 이강희
극 중 이강희와 안상구는 형, 동생으로 오랜 시간 함께 정·재계 인사들의 뒷일을 처리해 준 것으로 나온다. 안상구는 이강희에게 정치인의 비리가 담긴 증거를 건네며 한 몫 크게 챙길 계략을 제안하고, 이강희는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안상구에게 말한다. "이런 여우같은 곰을 봤나?" 과연 이강희와 안상구 중 여우 같은 곰은 누구일까.
"정의? 대한민국에 아직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긴 한가?", 안상구
배신을 당한 안상구 앞에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이 나타난다. 우장훈과 안상구는 첫 만남에서부터 불꽃을 튀긴다. 두 사람은 같은 목표물을 갖고 있지만, 얻고자 하는 것이 다르다. 정의를 외치는 우장훈에게 안상구는 "정의? 대한민국에 여적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느냐"고 묻는다.
"끝에 단어 세 개만 좀 바꿉시다. '볼 수 있다'가 아니라 '매우 보여 진다'로", 이강희
이강희는 오랫 동안 펜대로 대중을 주물러 온 사람답게, 누구보다 대중의 심리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다. 그의 그런 능구렁이 같은 면은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한다. 그는 깡패였던 안상구의 출신을 자신의 위기를 벗어나는데 사용했다. 사회적으로 신임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은 진실을 이야기하더라도 대중의 왜곡된 해석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언론은 어떤 부분에 강조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사실을 왜곡할 수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강희는 이 한마디를 통해 미디어로 여론을 조작하는 언론의 기막힌 수법을 보여준다. /eujenej@osen.co.kr
[사진] '내부자들'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