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주말드라마 ‘송곳’에서 지현우가 거칠게 변했다. 지현우가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뜨거운 열정을 품은 침착한 모습에서 파업에 사로잡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 방송을 남겨둔 지금 지현우의 인생연기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난 28일 방송된 ‘송곳’에서는 이수인(지현우)와 푸르미 마트 일동지부 노조원들이 파업을 강행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파업을 앞두고 노조원들은 서로 분열 했고, 이수인도 구고신(안내상 분) 대신 민중노총을 설득하며 갈라섰다. 야심차게 이수인과 노조원들은 파업에 돌입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자 실망했다. 이에 이수인은 자신들 대신 근무에 투입된 대체근무자들을 압박하라고 명령하고 파업을 방해하는 직원에게 욕까지 하며 반전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방송에서 지현우의 마지막 대사는 압권이었다. 부조리하고 막무가내 식의 회사의 대응에도 리더로서 노조원들을 이끌며 모든 것을 참고 억눌러 왔던 지현우가 11회 만에 쌓여왔던 울분을 터트린 것이다. 11회만에 반전있는 모습으로 속 시원하지만 한편으로 섬뜩한 느낌까지 주면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지현우의 반전은 11회 동안 차근차근 쌓아온 연기력으로 인해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지현우가 연기하는 이수인은 항상 정장을 갖춰 입고 2대8가르마를 하면서 화가 나도 조용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을 곁에서 지켜주던 현우가 해고당하고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파업밖에 없다고 믿으면서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지현우는 회사와의 싸움을 시작하면서부터 모든 것을 믿고 의지했던 안내상과도 파업을 둘러싸고 대립했다. 안내상은 파업을 미루자고 지현우를 설득했지만 지현우는 과거 군대에서 바꿨다고 믿어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경험을 떠올리면서 안내상의 조언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지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지현우가 변하는 것이 이해가 가는 상황. 결국 지현우는 안내상을 버리고 파업을 이끌어주고 도와줄 수 있는 민중노총을 선택했다.
좋은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이 뜬금없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배우들이 아무리 연기가 뛰어나도 이야기 전개에서 뜬금없음을 상쇄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배우가 좋은 이야기를 더욱 몰입감 있게 만들 수 있다. ‘송곳’에서 지현우가 갑자기 변하더라도 전혀 뜬금없지 않고 그 입장에 빠져드는 것은 좋은 이야기와 배우의 연기가 합쳐진 덕이다.
이제 ‘송곳’은 마지막 회만 남겨두고 있다. ‘송곳’ 제작진은 원작의 방향을 철저히 살리는 방향으로 드라마를 만들어왔기에 결말도 원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말이 훤히 보이지만 이 드라마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은 지현우의 공이 크다. /pps2014@osen.co.kr
[사진] '송곳'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