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송곳같은 인간이”라는 안내상의 대사처럼 종영한 ‘송곳’에서는 지현우의 연기력이 확실하게 뚫고 나왔다. 매회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 지현우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현우의 연기는 뜨거움이 있다. ‘송곳’이 다루는 주제가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살기 위해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회사라는 벽을 넘기 위해 애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이야기 전개에서 지현우는 항상 침착하고 냉정하지만 위기와 고난의 상황에서는 뜨거운 에너지를 보여주면서 힘겨운 싸움을 이끌어왔다.
8회에서 지현우는 서로 분열하고 다투는 노조원들을 설득했다. 지현우는 “나간 사람들은 배신자가 아니다”라며 “함께 싸우다 먼저 쓰러진 것뿐이다. 부상당한 동료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여기에 남아있으면 고생하게 될 것이고 보상은 없다. 우리가 성공하면 모두가 성공하고 실패하면 모두가 실패할 것이다”라는 감동적인 대사를 토해내며 노조원들을 결집시키는데 성공했다.
‘송곳’에서는 지현우의 독백도 인상적이었다. 지현우의 독백은 수인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군대 시절을 회상하기도 하고 노조원들을 관찰하면서 느낀 점들을 전달하기도 하면서 드라마 진행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현우의 독백은 섬세한 감정을 표현해내면서 드라마에 몰입을 도와줬다. 특히 2회에서 지현우가 점장에게 굴욕을 당한 뒤에 “난 이미 죽었고 내 발로 알아서 치워져 줄 마음은 조금도 없다. 날 치워봐라”라고 독백하는 장면이다. 회사와 본격적으로 싸워야겠다고 마음을 드러내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리는 지현우의 표정이 어우러져서 ‘송곳’이라는 드라마가 나아갈 방향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지현우는 큰 키에 뛰어난 노래실력과 훈훈한 외모로 연하남의 대표주자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현우는 지난 2004년 KBS 2TV ‘올드미스다이어리’에서 라디오 PD역으로 예지원과 연상 연하 커플로 출연해 단숨에 누나들의 로망으로 떠올랐다. 이후에 멜로드라마 남주인공 역할을 꿰차며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지금까지 지현우와 ‘송곳’의 지현우는 다르다. 표정으로 대사 한 마디로 눈짓으로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는 안내상과 맞붙는 신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에너지로 연기력이 만개한 모습을 보여줬다. ‘송곳’ 이후의 지현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pps2014@osen.co.kr
[사진] '송곳'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