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이 역작이라는 건 누구나 인정한다. 비록 시청률이 기대만큼 폭발적이지는 않았어도 말이다. 시청률면에서는 아쉬운 성적이지만 온라인상에서 지상파 드라마 못지않은 화제성을 보였다. ‘송곳’이 전하는 얘기에 네티즌들은 크게 공감하며 분노했다.
지난 29일 종영한 JTBC 특별기획 ‘송곳’(극본 이남규 김수진, 연출 김석윤) 마지막회 에서는 이수인(지현우 분)이 오랜 싸움 끝에 투쟁에서 이긴 내용이 그려졌다. 통쾌한 결과,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상처 받고 했기 때문에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송곳’은 푸르미 마트 직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부당해고 사건을 통해 폭주하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고 깊숙하게 파고든 드라마로 지난달 대중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시작했다. ‘송곳’의 동명 원작 웹툰이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 극찬을 받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기 때문. 네이버 평점 9.96을 기록할 정도의 작품이다.
웹툰 ‘송곳’은 주인공 수인이 대한민국의 부조리와 불의에 맞서는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또한 ‘송곳’은 약자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tvN 드라마 ‘미생’과 함께 언급되며 드라마화에 큰 기대가 쏠렸다.
앞서 ‘미생’이 스펙위주 사회, 직장인들의 애환을 섬세하게 담으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뻥 뚫어줬던 것처럼 ‘송곳’ 또한 갑 앞에서 한없이 약하고 부당하게 당하는 을과 갑에 맞서는 을의 모습을 거침없이 그려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첫 방송 후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송곳’ 관련 기사의 댓글란은 성토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네티즌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의 서러움과 분노, 억울함을 쏟아냈다. 시청자들이 ‘송곳’의 그려낸 상황과 캐릭터들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깊이 공감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반응이기도 했다. 지금껏 ‘송곳’처럼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대놓고 얘기하기 조심스러운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려 적나라하게 담아낸 드라마가 없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송곳’을 보는 게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긴 했지만 역작이었던 건 분명했다.
극 중 푸르미 마트 부장 정민철(김희원 분)이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말고 직원들을 내보내라는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고 과장들이 직원들을 괴롭히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고 과장들 중에 이수인(지현우 분)은 불법이라며 지시를 거부하고 노조를 만들어 투쟁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기도 했다.
그렇다고 ‘송곳’이 선과 악을 분명히 구분 짓지 않은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였다. 직원들을 괴롭히는 과장들과 정민철을 무조건 비판하지 않고 노조 내의 갈등도 가감 없이 그렸다. 과장들은 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생계가 달려있는 문제라 어쩔 수 없이 사측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고, 정민철 또한 인사상무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등 속물적인 근성이 두드러졌을 뿐이지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악역을 자처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투영했다는 점이 또 하나의 공감 포인트였다.
이외에도 구고신(안내상 분)이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거다” 등 가슴을 뜨끔하게 하는 촌철살인 대사들도 공감도를 높였다.
이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력도 ‘송곳’을 역작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시청자들이 ‘송곳’이 지현우의 ‘인생작’이라고 할 만큼 연기력에 있어서 극찬을 받았고 안내상의 묵직한 연기, 김희원, 이정은, 정원중, 황정민의 믿고 보는 신스틸러들도 ‘송곳’의 퀄리티를 높였다.
비록 시청률이 기대했던 것만큼 높은 수치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여느 드라마보다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고 시청자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답답함을 해소시켜줬다. ‘송곳’ 방송 초반부터 끝난 후에도 시청자들이 공통적으로 보인 반응은 이렇다. ‘송곳’ 같은 드라마가 또 나올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kangsj@osen.co.kr
[사진] 유한회사 문전사 송곳,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제공, JTBC ‘송곳’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