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홍진호가 영원히 ‘2인자’로 남도록 하는 법칙이 존재하는 것만 같다. 홍진호는 영원한 라이벌 임요환에게 승리를 거두며 비로소 ‘2인자’에서 탈출하는 듯 했지만, 그가 속한 ‘형’ 팀이 패배하며 또다시 2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괜찮다. 예능감만큼은 그 어느 게스트 못지않은 ‘1인자’였으니까.
홍진호는 지난 29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임요환, 이특, 희철, 하니와 함께 ‘라이벌 빅매치’ 특집 게스트로 나섰다. 물론 그의 라이벌은 임요환. 두 사람은 주 종목인 스타크래프트부터 번외 종목인 테트리스까지 다양한 게임을 통해 승부를 겨뤘다.
두 사람의 대결은 이미 예전부터 많은 팬들의 관심의 대상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임요환의 ‘임’, 홍진호의 ‘진’을 따와 ‘임진록’이라고 불릴 정도. 이날 방송에서의 대결 역시 3년 만에 펼쳐지는 ‘임진록’으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사람의 진지한 태도는 마치 정식 경기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특히 게임을 잘 모르는 유재석과 김종국의 엉터리 해설을 늘어놓는 와중에도, 홍진호와 임요환은 경기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 임요환의 승. 경기의 승패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던 임요환도 긴장했음은 마찬가지였는지, 게임이 끝나자마자 쾌재를 부르며 흥분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반면 홍진호는 김종국의 ‘아우팀’에 속하며 ‘2인자’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다지게 됐다.
이어진 대결 종목은 ‘초대형 윷놀이’로, 멤버들이 직접 말이 되어 경기에 임하는 방식이었다. 한창 경기가 펼쳐지던 중 지석진은 홍진호를 향해 “너 나와”라며 도발했고, 홍진호는 겉옷까지 벗어 던지며 호기롭게 나섰다. 한참을 폴짝 폴짝 뛰며 고군분투하던 홍진호는 지석진의 급습에 힘을 쓰지 못하고 그대로 이름표를 뜯기며 또다시 패배했다.
그의 수세는 최후의 결전에서도 계속 됐다. 마지막 라운드로 임요환과 ‘오락실 테트리스’ 대결을 펼치게 된 것. 의외로 대결은 홍진호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첫 번째 판에서 승리를 거두고 두 번째 판에서 패했지만, 이어 마지막인 세 번째 판에서 승리를 거둔 것.
하지만 숫자 2는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특의 승리에 큰 베팅을 걸었던 홍진호의 팀이 최종적으로 패하게 됐기 때문. 이로써 홍진호는 또 다시 ‘2인자’의 자리에 남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존재감마저 밀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게임에 임했고, 하는 말마다 빵빵 터지며 ‘케미요정’답게 ‘런닝맨’과 묘한 케미를 만들어낸 것.
이제는 홍진호에게 ‘2인자’란 실제 단어가 주는 의미보다, 그의 캐릭터의 상징적인 의미에 가깝다. 앞으로도 승부의 승패와 관계없이 늘 긍정적인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우리들의 영원한 ‘2인자’로 남아주길 바란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런닝맨'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