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엑소시스트 '검은 사제들'이 개봉 5주차에도 박스오피스 순위가 재상승하는 개싸라기 흥행으로 롱런을 이어가고 있다. 검은 신부복을 입고도 또다시 '심쿵 신드롬'을 일으킨 강동원은 올해 자신의 최다관객 출연작 '군도: 민란의 시대' 기록 476만명을 뛰어넘고 활짝 웃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검은 사제들'은 지난 29일 하루 동안 8만 7163명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491만명으로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지난 주 사극 대작 '도리화가'와 로맨틱 코미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개봉 후 3, 4위권으로 밀려나는가 했더니 불과 삼일만에 2위로 복귀한 것이다.
이로써 '검은 사제들'은 지난 5일 개봉한 이후로 5주째 박스오피스 상위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연배우 강동원이 이번 검은 사제들로 필모그래피 최다관객을 갈아치울지 여부도 주목거리다. '군도'를 넘어선 지금, '전우치'(누적관객수 606만 5,474명), '의형제'(누적관객수 541만 6,829명)가 산처럼 버티고 있다.
이 영화는 최근 북미 지역 개봉도 확정지었다. 국내에서는 비주류 장르로 불리는 오컬트 영화가 엑소시즘의 본고장 북미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쾌거를 이룬 셈이다.
‘검은 사제들’은 위험에 직면한 소녀 영신(박소담 분)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김신부(김윤석 분)와 최부제(강동원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악령에 쓰인 영신을 구하기 위해 일면식이 있었던 김신부가 최부제와 함께 구마예식을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몸 안에 4개의 악령을 품고 있던 영신이 기괴한 모습으로 변하고 피를 토하는 장면이 섬뜩함을 자아낸다. 물론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영화에서도 구마예식을 몰래 캠코더에 담고 있던 최부제를 향해 김신부는 “네가 직접 보고 전해. 물론 아무도 안 믿겠지만”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오컬트 무비 장르는 초자연적인 사건이나 악령, 악마를 소재로 한다. ‘검은 사제들’처럼 악령을 쫓는 엑소시즘 소재도 이에 속한다.
서양에서는 역대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꼽히는 ‘엑소시스트’(1973)를 시작으로 ‘오멘’, ‘사탄의 인형’ 시리즈, ‘콘스탄틴’, ‘라스트 엑소시즘’ 시리즈 등이 그 계보를 이어오고 있다. 악령에 쓰인 사람의 모습이 관객들을 섬뜩한 긴장감에 몰아넣으면서 공포영화의 인기 소재로 쓰이고 있지만, 대중적인 소재는 아니다. 특히 충무로에서는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
이 가운데 ‘검은 사제들’이 이뤄낸 흥행 돌풍은 한국에서도 엑소시즘 장르가 보편적인 재미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심지어 비수기로 꼽히는 11월 초 개봉이라는 핸디캡까지 갖췄으나, 이 모든 제약을 뛰어넘고 작품과 배우들의 연기로만 성공을 이뤄냈다. 덕분에 11월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는 다양성까지 충족시켰다.
11월 비수기 극장가와 비주류 장르라는 핸디캡을 딛고 작품의 퀄리티와 배우의 호연으로 흥행에 성공한 '검은 사제들'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mcgwire@osen.co.kr
[사진] '검은 사제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