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이요? 얻어걸리면 가는 거고..”
‘강남스타일’의 무게가 무거워 강남도 안 간다는 싸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이 곡은 거대한 부담이었다. 모두 내려놨다.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겠다는 강박도, 월드스타의 품위를 유지하겠다는 욕심도 버렸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도 싸이스럽지는 않다. '하다보면 얻어 걸리겠지'라는 이야기가 오히려 싸이답다.
사실 싸이는 싸이스러울 때 가장 빛나는 가수. '강남 스타일'도 가장 싸이 답고 한국적인 노래인데 세계인들이 아 노래와 안무의 힘에 빠져든 것 아닌가. 유쾌하고 에너제틱한 무대, 중독적인 신나는 분위기의 멜로디, 공감과 웃음을 부르는 가사, ‘똘끼’ 충만한 B급 감성과 빠지지 않는 음악성을 적절히 섞으면 ‘싸이스러움’이 완성된다. 이 같은 매력이 세계를 사로잡은 것일 테다.
싸이에 ‘B급 감성’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준 것은 대중이었다. 그는 늘 A급을 지향했고, 마이너보다는 메이저이기를 원했다. 그런데 외모와 몸매 때문이었을까. 그는 어느 날부터 B급 문화의 큰 축을 담당하는 사람이 됐다. 이러한 B급 감성으로 보드 싱글차트에서 7주 연속 2위, 유튜브 조회수 24억 4330만뷰를 넘어서며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등 국제적 스타로 떠올른 것이 싸이다.
이번 앨범을 통해 싸이는 하고 싶은 걸 하고자 ‘딴따라’가 됐다는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했다. 해외 진출을 정조준하지 않았고, 듣고 즐길 수 있는 음악들을 차곡차곡 앨범에 담았다. 물론 '대디'에는 얻어걸리길 바라는 마음이 담기긴 했지만.
무대 위에서 가장 신났던 열정 가수 싸이로 돌아오겠다는 각오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레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 7집 정규앨범 '칠집싸이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대로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싸이는 싸이스러움과 초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스스로 싸이스러움을 찾는다고 말씀을 드리는 것 자체가 싸이답지 않은 짓인 거 같다. 누가 누구답다 얘기하는 것이 큰 무게가 될 때도 있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초심은 '새'일 것 같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초심이 뭔지 모르겠더라. 그 개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제가 찾은 초심은 하고 싶은걸 하고 싶어서 딴따라가 된 저였다.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딴따라가 된다는 것이 초심"이라고 덧붙였다.
싸이는 국내활동과 해외활동에 대한 질문에는 '짬짜면'이라는 재미있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짬짜면 같은 느낌이다. 국내팬들을 직접 찾아뵈면서 많은 무대에 서면서 신곡 많이 들려드릴 예정이고, 여력과 여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직접 찾아뵐 계획을 가지고 있고, 해외는 얻어걸리면 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생각으로 싸이는 더블 타이틀곡을 내세웠다. '나팔바지'와 '대디(Daddy)'라는 곡이다. '나팔바지'는 1970~80년대 리듬 기타와 드럼 사운드가 돋보이는 복고풍 댄스 장르. '대디'는 강렬하고 독특한 신스사운드가 주축이 된 빠른 템포의 중독성 강한 멜로디의 곡이다. 싸이의 설명에 따르면 '나팔바지'가 이른바 '내수용'이라면 '대디'는 '수출용' 곡이다.
앨범에는 총 9곡이 수록됐다. 자이언티, 씨엘, 김준수, 전인권, 개코 등 국내 개성파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블랙아이드피스 윌아이엠, 애드시런 등 글로벌 스타들도 힘을 보탰다.
싸이는 이번 앨범에 대해 "작사 작곡가로서 싱글을 내는 것과 정규를 내는 것은 차이가 있다. 싱글은 분식, 정규는 정식 같은 느낌이다. 대한민국 주부의 마음으로 준비했으니 편식 없이 골고루 섭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싸이는 다음 달 1일 0시 새 앨범 '칠집싸이다'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한다. 이어 같은 달 24일부터 26일까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연말콘서트 '올나잇 스탠드 2015-공연의 갓싸이'를 통해 팬들과 만난다. / joonamana@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